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를 2023년 방류하겠다고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13일 발표했다. 이들이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오염수의 규모는 2022년 포화 기준 약 137만 톤이다. 사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 공식 발표한 것일 뿐 이미 꾸준히 나온 얘기다.
지난 14일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풍평과 신화’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 <시사직격>은 일본에서 원전 문제를 취재하는 독립 PD를 통해 일본 현지의 상황을 취재하면서 피해 어민과 학자, 활동가, 도쿄전력 및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오염수를 둘러싼 쟁점들을 담았다.
공교롭게 이번 주 지상파 3사 시사 프로그램이 해당 아이템을 다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시사직격> ‘후쿠시마 오염수-풍평과 신화’편을 취재하고 연출한 최윤영 PD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직격' 방송 영상 캡처>
“방류 결정 발표, 올림픽도 있지만 자민당 선거와도 관련된 듯”
- 지난 14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직격> ‘후쿠시마 오염수-풍평과 신화’편을 취재하셨는데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사실 굉장히 어려워서 저희도 공부하면서도 힘들었던 방송인데요. 방송을 끝내고 나니까 또 다루지 못했던 얘기가 많은 거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어떤 내용을 다루지 못해 아쉬운가요?
“대표적으로 일본의 결정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IAEA나 국내에서도 원자력 학회 등에서 일본의 결정에 대한 평가와 목소리들을 내고 있어요. 각각의 배경들, 타당하다면 타당한 이유, 안 된다면 안 되는 이유 등에 대한 분석을 방송 분량상 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 지난 11일 MBC <PD수첩>에서 비슷한 내용을 방송했는데 많이 당황하셨을 거 같은 데 어떠셨어요?
“그 주에 MBC <PD수첩>, KBS <시사직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3사가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아이템을 했거든요. 어쨌든 그만큼 중요한 이슈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피부로 느끼는 중요한 이슈라는 확신이 들어서 제작에 매진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를 취재한 건 아마도 4월에 일본이 방류하겠다는 발표 때문인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한 달 정도라 짧지 않았어요?
“굉장히 짧았죠. 제작 기간도 짧은 데다가 심지어 저희가 일본 현지 후쿠시마를 가 볼 수 있는 상황이면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가지 못하는 제약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제작하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었죠.”
- 일본 취재는 이재문 독립 PD가 한 거 같은데.
“이재문 PD님이 사실은 도쿄에 계신 방송 코디를 하시던 분인데 KBS 일도 많이 하셨고 후쿠시마 쓰나미랑 원전 사고에 관심이 많으세요. 개인적으로 관련된 팔로우를 계속 하고 계셨고 코로나 이후에 아예 김경유 카메라 감독님과 팀을 이루어 취재 진행을 해 주시고 계세요. 그래서 이분한테 의뢰를 했는데 굉장히 열심히 잘 해주셔서 저희 팀에서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직격' 방송 영상 캡처>
- PD는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전 그냥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났고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후쿠시마 주민분들이 피난을 가셨고 지금도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다는 정도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취재하면서 폐로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재오염 상황은 어떤지 그런 디테일한 현지 상황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취재 시작은 뭐부터 하셨어요?
“일본 현지 반응을 듣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을 해서 방류가 결정된 바로 다음 날 일본 특파원에게 현지 취재를 좀 하실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이미 특파원님이 후쿠시마에 가 계시더라고요. <세계는 지금> 발주를 받으셔서 후쿠시마 어민들의 심경 등을 취재하고 계셔서 저희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 4월 12일 있었던 도쿄 총리 관저 앞 시위부터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우리에게도 아주 가까운 문제이지만 당장 자기 나라 앞바다에 방류되는 일본 국민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당사자인 일본 국민들이 현재 느끼는 불안과 불만, 불신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일본 정부가 어민하고 얘기를 안 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걸까요?
“일본 정부에서는 2018년경부터 꾸준히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왔다고 하는데 그냥 약식으로 적은 수의 주민을 모아 놓고 의견을 듣는 정도지 이견을 조율한다든지 하는 과정은 없었던 걸로 보여요. 그렇게 의견 수렴을 일부에게 몇 번 한 후에 발표한 것이기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하죠. ‘이게 무슨 주민 의견수렴을 한 것이냐? 그냥 회의 한두 번 열어서 의견 듣고 간 다음에 전혀 반대되는 결정을 한 건데’라고 화가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 방류 결정을 왜 한 걸까요? 올림픽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의견도 많던데.
“저희가 국제관계전문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올림픽도 있지만 9월에 예정된 자민당 선거와 관련된 것 같아요. 그런 내부 정치 상황이 더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저희가 자세히 취재를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후쿠시마에서 어민들은 조업 제한 조치를 받아왔는데 그게 풀린 건 3월이라면서요. 근데 바로 오명수 방류 발표가 나서 어민들은 멘붕이겠네요?
“맞아요. 굉장히 당황하고 분노한 상황이었죠. 겨우 본격적으로 조업을 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계 활동도 이어가 보려고 하셨던 건데 국가가 또 이렇게 어민들의 희망을 완전히 빼서 버리는 결정을 한 거니까 굉장히 화가 나 계셨습니다.”
- 그럼 지금 후쿠시마 앞바다는 어느 정도 원전 문제에서 벗어난 상황인가요?
“그거는 저희도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도쿄전력 측에서 주기적으로 해양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수치상으로는 기준치 이상의 뭔가가 크게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장 올해 2월과 4월에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세슘 수치가 기준치의 정확히 3~5배 정도 검출됐거든요. 사고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발견되고 있어요. 그게 물론 한 마리라고 하지만 바닷속 생태계가 어떤 상황일지 전수조사를 해보지 않은 상황이라 알 수가 없어서 안전한지, 다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
- 완전히 해결되어 정부가 허가한 건 아닌가 봅니다.
“여태까진 시험 조업이라고 해서 일수라든지 잡을 수 있는 어종이라든지 이런 거를 정부가 굉장히 통제하는 상황이었어요. 말 그대로 시험 조합이라고 해서 시험 삼아 해 보는 그런 기간이었습니다.”
- 제염이 완료되었다는 것 자체가 오염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한다는 내용이 있던데 왜 그런 거죠?
“일단 일본은 지금 후쿠시마현을 기준으로 제염이 15% 정도밖에 안 돼 있었거든요. 그게 2018년 기준이니까 아마 지금은 많이 돼봤자 20% 안팎일 텐데 지금 쓰시마 70%가 산지거든요. 산지는 기본적으로 제염을 일본 정부가 하고 있지 못해요.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얘기는 전체 후쿠시마 땅의 20% 남짓 정도밖에 제염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거예요. 그런데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 ‘우리 제염도 다 잘 되고 있고 이미 다 잘 됐고 사람들도 다 돌아와 살아도 된다’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고 실제 상황도 제대로 발표를 안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직격' 방송 영상 캡처>
- 그럼 지금 완전히 제염된 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나요?
“글쎄요, 저희 생각에는 조사를 제대로 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제염이 다 돼서 귀환 곤란 구역에서 해제하니 모든 주민들은 돌아와 살라’고 일본 정부가 발표한 지역도 환경단체나 이런 데서 다시 찾아가 조사해 보면 재오염이 돼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발견되는 땅들이 곳곳에 있거든요. 이 제염이라는 게 흙을 긁어내서 오염토를 다른 데다 쌓아두고 밀봉해 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이 흙을 긁어냈다고 할지라도 산지 같은 데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바람이나 빗물로 씻겨 내려와 언제든지 길이나 학교 운동장 등으로 날아가면 재오염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인간의 힘으로 완벽히 제염하는 게 어렵다고 환경단체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 그럼 거긴 주민이 안 사나요?
“안 살아야 정상인 곳들에도 일본 정부가 귀환하라고 명령하고 있어서 지금 굉장히 불안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곤노 스미오씨가 간 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 살던 집 맞나요?
“네. 맞아요. 곤노 스미오씨가 살던 집은 현재도 귀환이 금지된 귀환 금지 구역 안에 들어 있거든요. 이 귀환 곤란 구역이라는 것들은 아직도 주민들이 들어가 살지 못합니다. 왜냐면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 구역들이 후쿠시마 안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 일본 정부는 연간 피폭량 1mSv를 20mSv로 올렸잖아요. 근데 정부가 올린다고 피해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 않나요?
“피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이거는 이렇게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수치도 아닌데 연간 피폭량의 상한선을 연간 1mSv라고 대부분 국제적으로 정해 놓은 기준을 자기 마음대로 20mSv라고 올린 거 자체에 대해서도 일본 안에서 굉장히 지적이 많은 상황입니다.”
- 의미도 없는데 왜 올리는지 이해가 안가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저희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런 면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그냥 섣불리 후쿠시마가 다 회복됐고 원전 사고를 다 극복했다는 홍보에만 더 주안점을 둔 거 아닌가라는 의심을 일본 정부가 사고 있습니다.”
- 방사성 물질 제거 과정을 거친 오염수는 1000여 개의 탱크 속에 보관되고 있고 일본은 먹을 수 있다고 하죠. 그런데 먹을 수 있다면 굳이 탱크에 보관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맞습니다. 사실 일본 아소다로 부총리가 선거에서 먹어도 되는 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도 굉장히 국제사회나 일본 내부에서도 조롱을 받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일단 탱크 속에 있는 물은 먹을 수 없는 거고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과격하게 한 표현인 거 같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아도 도쿄시장에 내놓으면 도쿄산 된다”
- 후쿠시마 원전은 애초 원전을 건설할 지역이 아닌데 했던 거죠?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저희가 이번에 확인했습니다. 실제 원래 40m 정도 높이가 되는 절벽이었던 부지를 30ｍ를 깎아서 해발 10ｍ 정도 부지로 만들어서 원전을 지었다고 해요. 그런 결정을 할 당시에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측에서는 해수를 끌어다가 냉각수로 활용 하려면 해수 파이프가 40ｍ 절벽 위에 있으면 파이프 길이가 길어지니까 건설 비용, 관리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해수면 가까이 부지를 깎아서 건설 했는데 이런 결정을 할 때 일본 내부에서도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원래 지하수가 굉장히 많이 지나다니는 지역인데 이렇게 원전을 낮게 짓는 거에 대해 또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하고요. 그 모든 목소리를 등지고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지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당시 지적했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에서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직격' 방송 영상 캡처>
- 도쿄전력하고 인터뷰하셨잖아요. 뒷이야기가 있을까요?
“사실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 특별히 저희뿐만 아니라 MBC와 SBS에도 인터뷰하겠다고 했어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었고요. 도쿄전력 측은 설명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정보를 다 공개하고 소통도 열심히 하겠다는 뜻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합니다.”
- 인터뷰 해보니 어땠어요?
“일단 도쿄전력이 인터뷰에 신중한 모습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한 명만 나왔지만, 사실은 옆에 굉장히 다양한 참가자들이 접속했었거든요. 근데 홍보담당자분의 답변 하나하나에도 주변과 상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말 한마디 한마디 굉장히 보수적으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원산지 나라만 표기하지 지역은 안 쓰기 때문에 후쿠시마 수산물이 가공품 원료로 쓰여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 있던데 그럼 아예 일본에서 나온 건 먹지 말아야 하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은 일본에서 방사능 검사를 제대로 하는지 우리가 더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얘기였고요. 그리고 앞으로 만약 방류가 시작된다면 원산지 표시에 대해 소비자가 훨씬 더 쉽게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 그럼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원료로 얼마나 쓰이는지 알아보셨어요?
“그건 저희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가공식품에서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서 저희가 통계 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인 거 같고요. 다만 현재 표기법에 따르면 공장의 위치까지 표시가 되지만 실제 그 안에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의 원산지가 어디고 이런 것까지는 알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내용도 좀 소비자에게도 공개하고 마찬가지로 일본이 한국에도 좀더 세밀하게 제공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현재 수산물 같은 경우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아도 그 배가 도쿄로 들어가서 도쿄 수산시장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그 수산물들은 도쿄산 수산물들이 되거든요. 일본의 현재 관리 시스템하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방사능에서 잘 보호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부분을 보강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담아봤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직격' 방송 영상 캡처>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일단 기본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전반적인 인식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독일 같은 경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탈원전을 선언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오염수 방류 결정 때문에 밝혀진 사실 중 하나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원자력발전소들이 삼중수소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거든요. 일반 국민은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과연 우리가 이걸 모르는 채 용인할 수 있을지, 우리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맞는지 등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일단 방류 시점이 2023년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우리나라가 잠정 조치를 요청하든 아니면 국제 해양재판소에 제소하든 정부 대응이 있을 텐데 이런 이슈에 대해서 계속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잃지 말고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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