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임금체불 규모는 1조 6천억 원, 체불 피해자는 4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직장인은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무리 힘들어도 월급이 있기 때문에 버틴다. 그런데 40만 명은 월급이 체불된 것이다. 개인의 문제일까? 

KBS는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 지난 2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월급이 사라졌다’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는 임금체불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지난해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1,247건을 전수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3일 <시사기획 창> ‘월급이 사라졌다’편을 취재한 박민철 기자를 전화로 만나 봤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5인 이상 사업장인데도 규제 피하려 ‘쪼개기 운영’ 종종 한다고”

- 지난 2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월급이 사라졌다’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을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많은 체불 피해자들이 임금체불로 어렵다거나 힘들다고 호소를 많이 하셨는데 그 목소리를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잘 담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됐었거든요. 그러나 방송을 마치고 나서 방송을 보신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공감도 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체불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이 된 거 같아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월급이 사라졌다’편은 임금체불에 대한 문제인데 이걸 취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에 저희 사회부 팀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라는 산재 기획 보도를 했었습니다. 그 시리즈를 마치고 나서 또 노동 관련 이슈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임금체불 문제는 어떠냐고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부끄럽지만 저도 임금체불이 산발적으로 제보가 들어왔을 때는 개별적인 거여서 관심을 갖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근데 이번에 아이디어가 나와서 들여다봤거든요. 취재 과정에서 임금체불 규모가 1조가 넘어가는 엄청난 규모라는 걸 알게 되고 그렇다면 왜 임금체불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지 이런 걸 판결문을 통해 심층취재 해보자고 해서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 이게 개별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보세요?

“네. 저는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다고 봤어요. 왜냐면 우리나라의 임금체불 규모나 피해자 숫자를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봤을 때 굉장히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어떤 개인의 문제, 개별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좀 구조적,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럼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나요?

“맨 처음 시작한 거는 체불피해 사례자들을 찾는 거였습니다. 먼저 어떤 체불 피해가 있는지 그 유형을 좀 나눠 보고 그 유행에 맞는 체불 피해자들을 섭외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판결문 분석을 위해서 임금체불 사건 판결문들을 검색해서 수집했고요.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 예전에 임금체불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종종 임금체불 관련 제보가 들어오고 관련 기사도 보는 등 문제를 한 번씩 접할 데가 있었는데 사실 옛날에는 진지하게 생각을 못 했던 거 같아요.”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 사전에 임금체불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을 거 같은데.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잘 몰랐기 때문에 논문을 찾아봤고요. 임금체불이 왜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됐는지 논문을 쓰고 연구한 전문가들이 있어 그분들 말씀을 듣고 논문도 읽었어요. 해외사례와 비교하는 논문도 봤고요. 그렇게 공부했죠.”

- 화물차 기사인 김성호 씨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임금체불을 취재하면서 좀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재직 중인 사례자를 섭외하는 거였어요. 힘들었어요. 주로 퇴직하고 나서 임금체불 문제를 제기하고 진정을 넣고 사업주나 노동청을 상대로 싸우는 분들은 많았는데 재직자를 섭외하기가 참 어려웠고요. 그래서 그나마 섭외된 분이 김성호 씨였고 김성호 씨 사례를 통해서 처음에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하자고 논의가 되어 김성호 씨 사례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 화물차 기사는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은 거로 아는데.

“개인사업자로 화물차를 운행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김성호 씨 같은 경우는 화물차 회사소속 노동자였고 본인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노동청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해 줬던 분입니다.”

-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초과근무 수당 의무는 없다던데 왜 그런 거죠?

“저도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근로기준법상으로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연장 야간근로 대해서 지급하라고 규정되어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이 안 되는 상황이라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이게 왜 그런지 정확히 모르겠네요. 추론해 보면 입법할 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현실적인 생각 판단 때문에 이렇게 된 거로 보여요.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까 그런 임금체불 문제뿐만이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경우는 다른 여러 측면에서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잖아요.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안 하면 방송에도 나왔지만 쪼개기 식으로 악용할 수 있잖아요?

“전문가들 그리고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시는 시민단체 분들의 말씀을 들어 보니까 실제로 5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업주가 법인을 하나 더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8명이면 4명, 4명씩으로 쪼개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요. 김성호 씨 같은 경우도 사장이 5인 이상 사업장인데 초과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반으로 사업장을 나누고 직원들을 쪼겠다고 주장하셨습니다.”

- 쪼개기 문제에 대한 노동부 입장은 취재 안 하셨어요?

“이거는 사실 개별 노동청에 질의해야 될 상황이었고요. 노동청에 물어는 봤는데 그쪽에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왜 할 말이 없냐고 물어보니까 어쨌든 근로감독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굳이 자기들이 얘기를 해 드릴 수 없다는 정도로만 답변했었습니다.”

- 김상수 씨의 경우 노동청에서 470만 원 임금체불을 인정했지만, 사업주는 인정 못 한다며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건데 왜 그런 거죠?

“이건 구아름 기자가 취재한 거라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들은 얘기와 인터뷰 내용으로 판단해 보면 체불액 보다 벌금이 얼마 안 될 거로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 지난해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1,247건을 전수 분석했더니 실형은 45건이었다던데 적은 거 아닌가요?

“근로기준법을 확인해 보니까, 근로기준법 상으로 임금체불사업주 같은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형량 자체가 3년 이하 징역으로 높지 않는 게 하나의 원인인 거 같고요. 여기에다가 재판부가 각종 감형 사유를 제시하고 수사 재판 과정에서도 중간중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합의금을 주며 합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적은 거 같습니다.”

- 대부분 집행유예던데 집행유예 지나서 걸려도 가중처벌 되는 건 아니죠?

“집행유예 기간 안엔 가중처벌이 되겠지만 지나면 안 되겠죠. 저도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과로 기록이 되니까 나중에 임금체불 범죄를 저지르면 감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적용이 되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잖아요. 벌금이 선고된 사건의 평균 임금 체불액은 1,500만 원인데 평균 벌금액은 200만 원이었죠. 벌금이 너무 낮네요?

“벌금이 낮다는 거는 동의하고요. 실제 분석 결과 200만 원 정도라는 걸 보고 저희도 좀 놀랐습니다. 결과만 봤을 때는 진짜 사업주 입장에서 임금을 안 주고 임금 체불하다가 벌금 내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라고 충분히 생각한 거 같아요.”

- 왜 그런 거죠? 벌금이 임금보다 낮으면 벌금 내죠. 벌금이 더 싸잖아요.

“맞습니다. 임금을 굳이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겠죠. 벌금의 최대 상한선이 3천만 원 이하라서 아무리 체불을 많이 해도 그 이상은 선고를 못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평균 액수가 낮은 게 아닌가 생각입니다.”

- 3천만 원까진 선고할 수 있다는 건데 2백만 원이면 10분의 1도 안 되잖아요.

“평균으로 해서 그렇게 나온 거 같고요. 일단은 3천만 원을 전부 다 처분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사실 감형 사유들이 여러 가지로 붙어요. 예를 들어서 ‘반성한다’, ‘죄를 뉘우친다’ 혹은 ‘사정이 있다’ 등 이런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조금씩 감형이 되다 보니까 평균 액수는 200만 원 정도에 그치는 거 같습니다.”

- 지연 임금체불에 연 20% 이자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던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저희가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말씀을 들어 보니까 일단 있는 제도라도 잘 활용을 하자는 거죠. 있는 제도 중의 하나가 지연 이자 제도인데 이게 핵심은 체불임금을 안 주는 만큼 거기 이자를 부가해서 사업주한테 금전적인 부담을 주자는 제도거든요. 지금은 지연 이자를 안 주면은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는데 지연 이자를 주지 않으면 처벌하게끔 강제 규정을 둬서 금전적인 부담 압박을 키우자는 것이고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어요. 이것만 해서 되는 건 아니고 덧붙여서 여러 다른 제도들도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국가가 먼저 체불노동자한테 임금을 지급 해 주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그 돈을 받아내는 식으로 적극 개입하는 제도를 도입해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돈 없거나 노동법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체불문제 더 취약한 구조”

- 이것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규제가 없다는 거 같던데.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경우도 형식적인 것을 해봐야겠지만 지금처럼 노동법 사각지대에 계속 두는 거는 아니라고 보고요. 최소한 추가 수당에 있어서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 5인 미만이 영세할 수도 있는데 그건 때문은 아니라면서요?

“사실 되게 뻔한 얘기지만 일한만큼 돈을 주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잖아요. 영세해서 못 준다고 하는 거는 글쎄요. 이거는 특히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죠. 내가 사용자로서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고 그러면 그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맞는 거고 이게 제도적으로 안 돼 있다면 그건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주노동자는 더 보호를 못 봤나 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까 외국인 노동자 같은 경우는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지금은 사업주 대신에 일정 규모 이상의 체불 금액에 대해서는 체불임금을 지원해 주는 게 소액체당금 제도인데 이주 노동자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왜 그랬는지 알아보니까 산재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만 천만 원까지 소액체당금을 받을 수가 있는데 외국인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 소규모 농장이다 보니까 소규모 농장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사업장도 5인 미만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판단이 됐습니다.”

- 방송에서 휴대폰 가게 직원들 이야기도 나왔잖아요. 거기는 사업주도 문제지만 노동청도 문제인 거 같아요.

“제가 만났을 때 말씀하시는 게 휴대폰 매장에 대한 불만도 있으셨지만, 노동청 조사를 담당하시는 근로감독관이 그분 말로는 귀찮아하고 조사하는 것에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액수를 맞춰서 무턱대고 그냥 합의보시라고 한대요. 예를 들어 그 노동자는 임금체불을 700만원을 당했다고 하고 사업주는 400만 원만 체불 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 중간 지점을 맞추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공식적인 기구의 조사에 의해 책정된 금액이 아니고 흥정하듯 합의를 종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요. 실제로 노동청에서 노동자 편을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많이 좌절하셨다고 합니다.”

- 고용노동부 장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만 하나 보던데.

“저희가 에필로그 부분의 구성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역대 고용노동부에서는 어떤 식으로 임금체불 문제에 접근했고 수장들은 뭐라고 발언했는지 찾아봤는데 한마디씩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문제의식이 있다고 생각이 돼요. 그리고 물론 여러 가지 정책적으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은 했겠죠. 노력은 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체불 액수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매년 1조 6천원, 1조 8천억이잖아요. 그러면 아무리 정책적으로 노력을 했다고 하더라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말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하죠.”

- 취재하며 느끼신 게 있을까요?

“임금체불에 대해 저도 취재하면서 좀 많이 배웠고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을 했고요. 체불이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정 그리고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얘기가 많이 와닿았고요. 특히 취재하다 보니 돈이 없거나 노동법 같은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체불문제에 더 취약한 구조라는 것도 확인했고요. 그래서 진짜 범정부 차원에서 임금체불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 강력한 의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또 계속 지켜보고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당연히 일한 대가로 받아야 되는 월급을 마치 내가 못 받은 빚을 독촉하는 것처럼 사업주에게 달라고 하는 아이러니함이 앞으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 말씀을 좀 드리고 싶어요. 체불이라는 게 저도 취재를 하기 전까지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고 개별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체불문제는 멀리서 일어나는 그런 일이 아니고 진짜 내 이웃 혹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예요. 그래서 체불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진정을 넣고 내 권리를 적극적으로 쟁취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정부도 잘 하는지 지켜봐야 해요. 어쨌든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체불문제를 관심 있게 보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관심 있게 보는지 눈을 부릅뜨고 같이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