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의 말이라면 언론이 앞 다투어 보도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제가 입은 추가적 피해가 컸던 점, 매번 인내하며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지속한 점, 자신의 오류가 확인된 부분에조차 사과를 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고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얕은 앎, 허술한 판단, 남을 후벼 파고 조롱하는 언어가 정의를 위한 ‘독설’이나 ‘작심 비판’으로 미화된 채 공론장을 이끄는 시대입니다. 그런 언어가 때론 책임져야 할 범죄가 된다는 것을 깨닫기를 희망하며 민사도 따로 진행합니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일 동양대 교양학부 장경욱 교수가 페이스북에 밝힌 ‘진중권 고소의 변’이다. 장 교수는 이날 “(3일) 전 동양대학교 교수 진중권 씨를 명예훼손, 모욕, 그리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보호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로 서울 서부지검에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장 교수의 주장대로, 진 씨는 지난해 검찰의 ‘동양대 표창장’ 기소 이후 장 교수와의 ‘페이스북 설전’ 와중에 특유의 독설에 찬 글을 종종 게시해왔다. 아울러 진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숱하게 기사화되는 동안 장 교수의 주장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을 ‘어용 방송’이라 규정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었다. 장 교수가 정리한 진 씨의 언사는 이랬다.

“진중권 전 교수는 작년 11월 17일부터 금년 2월 17일까지 3개월에 걸쳐 자신의 SNS 및 유튜브 방송에서 저를 표창장 사건의 ‘허위폭로자’로 명명하면서 잘못된 추정에 기초한 허위 내용으로 저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사기를 쳤다’, ‘거짓말을 했다’, ‘재임용에 탈락할까 봐 총장을 몰아내려고 했다’, ‘그럴 시간 있으면 논문이나 쓰라”는 등 사실과도 안 맞는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진 씨가 반박에 나섰다. 진 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나도 고소할 거 있는데, 그냥 용서하겠습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글을 적었다. 장 교수의 고소를 정경심 교수의 재판 결과와 연결 짓는 글이었다.

“장경욱 교수가 나를 고소했다고. 9개월 전의 일을 지금에야 들고 나온 것은 12월 23일 정경심 교수 재판의 판결과 관련이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어차피 판결이 내려지면, 그가 그 동안 해왔던 말들이 얼마나 허황한 것이었는지 드러날 겁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나요? 아, 나도 고소할 거 있는데, 그냥 용서하겠습니다. 휴머니즘보다 위대한 게 귀차니즘. 길지도 않은 인생, 그런 데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귀차니즘 운운한 진중권, 이어지는 소송과 고발들

이처럼 일종의 ‘대인배 코스프레’로 응수한 진 씨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한 것은 물론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6월 진 씨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향해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 사상 최악의 국회의원입니다”란 페이스북 글을 게시했다.

이후 지난 10월 김 의원은 소송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걸었다”며 “진 전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적한 직후에 (소송을) 걸었는데 소송대리인이 주소를 오기했는지 송달이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송의 진척 사항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반면, 지난 9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파렴치” 운운한 진 씨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의 기소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의 의견을 검찰이 번복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 10월 페이스북에서 일반인을 ‘돌대가리’라 지칭, 모욕 혐의로 약식 기소됐던 진 씨에게 법원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진 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 100만원이 최종확정된 것이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진 씨는 “귀찮아서 정식 재판 청구 안한 것”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정식 재판을 신청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물론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단지 “그걸 또 사건이라고 굳이 보도하더라”라며 언론 탓을 한 바 있다.

고소 시점을 두고 장 교수가 법원의 ‘정경심 판결’을 염두에 뒀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검찰의 ‘동양대 표창장’ 기소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입’에서 출발했고, 진 씨가 그런 최 전 총장을 옹호하면서 장 교수와 대립해왔다는 사실이리라. 그런 점에서 “언어가 때론 책임져야 할 범죄가 된다”는 장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런 장 교수가 4일 진 씨에 이어 최 전 총장을 업무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양대 교수협의회 회장인 장 교수는 동양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전직 직원 한 명이 고발인이라 전하며 “이 사건 고발은 전직 직원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한 헌신적 노력을 통해 관련 자료가 확보되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고발 내용은 이랬다.

▲ 좌로부터 최성해 전 동양대학교 총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제공=뉴시스>

동양대 구성원들에게 고발당한 최성해와 진중권의 공통점

먼저, 교비 횡령 혐의. 장 교수에 따르면, 최 전 총장은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주FM 방송국 직원을 동양대 총무과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급여 약 8천만 원(80,088,000원)을 교비에서 지급했다.

장 교수는 “이 건은 2017년 고발되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당시 증거로 제출된 출근부가 최성해 총장의 지시로 급조한 허위문서였다는 증언을 포함, 전직 방송국 직원들의 추가 증언들이 확보되었기에 업무상 횡령으로 다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동양대 구성원들에게 공유됐던 혐의가 결국 ‘동양대 표창장’ 사건으로 최 전 총장의 비위가 재조명된 셈이다.

“둘째. 동양대학교는 2010년 지역민에게서 8천여 점의 고문서를 기증 받아 대대적 기증식과 홍보를 마치고 따로 공간을 만들어 전시하였습니다. 그런데 3년 지난 2013년 2월, 학교는 이들 기증품을 감정평가하고 기부증서도 다시 만든 후 기증품의 일부를 기증자로부터 3억 1천여만 원(313,640,000원)에 교비로 매입한 것으로 서류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업무상 배임 또는 업무상 횡령으로 고발하였습니다.”

▲ <이미지 출처=MBN 보도영상 캡처>

최현우 동양대 설립자의 아들인 최 전 총장은 1994년 대학 설립된 이후 무려 25년 간 총장직을 연임해왔다. 대학 내 최 전 총장의 입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 재임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랬던 최 전 총장이 ‘동양대 표창장’ 사건 이후 언론 취재를 통해 학력 위조 등이 드러나면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총장 본인의 ‘입’이 몰락을 초래했고, 이어 동양대 구성원들에 의해 형사고발까지 당하게 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장 교수가 진 씨를 향해 “(사익추구를 위한) 언어가 때론 책임져야 할 범죄가 된다”고 비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이미 동일한 몰락의 길을 최 전 총장이 걷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비 횡령이나 업무상 배임 등으로 고발당한 최 전 총장과 달리 진 씨에게 제기되는 소송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 온전히 ‘진중권의 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진 씨가 본인이 뱉은 말과 글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