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홍범도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백 장군에 대해서도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올해 만 100살을 맞은 백선엽 예비역 장군이 사후 서울 흑석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같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국회보훈처는 “서울 현충원은 장군 묘역이 만장(빈자리가 없음)이 돼 대전 현충원으로 모실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안철수 대표는 “지금의 자유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현재를 만드는 데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면 마땅히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게 맞다”며 “역사를 제멋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역사를 정치투쟁의 도구나 미래를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현대사를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으로만 해석하면 국민 화합의 기재가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토벌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이자 의병장이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만주의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큰 승리를 거뒀다. 

반면 백선엽 전 장군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색출하거나 항일세력을 토벌한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한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간도특설대는 민간인도 잔혹하게 학살해 ‘살인귀 부대’로 악명을 떨쳤다. 

이에 SNS에서는 “‘홍범도가 영웅이면 백선엽도 영웅이다’가 ‘이순신이 영웅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영웅이다’와 뭐가 다른가”(yaba********), “홍범도 장군이 한번이라도  같은 민족을 때려잡은 적이 있나? 백선엽은 일본 주구로서 독립투사들에게 총질한 위인이다. 비교할 걸 해야지”(flam*******)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평화재향군인회는 “백선엽-악랄한 간도특설대 장교로 수많은 독립군‧양민 학살 vs 홍범도-조국독립을 위해 일본군과 싸웠다”라고 이력을 비교했다. 

또 “해방 후 백선엽-친일세력들과 호의호식‧양민학살, 조작된 전쟁영웅 vs 홍범도-조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이국땅에서 극장 문지기”라고 이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점도 짚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영웅의 종류가 다릅니다. 이러니 안초딩 소리를 듣죠 - 논평 끝”이라고 꼬집었다. 

그런가하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허영일 보좌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비유했으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허 보좌관은 “(안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못된 비유를 하시는 정치인 중 한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였듯이, 백선엽 장군도 친일파였다, 공과를 따져서 박 전 대통령이 현충원에 안장되었듯이, 백선엽 장군도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그래도 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 지난해 6월 10일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군사 편찬연구 자문위원장실에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예방, '백선엽의 6.25 징비록' 책을 선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