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폭력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경비원 A씨(60)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이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 “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게 같이 힘 써 달라”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청원 개시 하루만에 17만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를 표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런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B씨가 A씨에게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수술비 2천만 원을 요구했는데, 그 근거로 엉뚱한 진단서를 제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YTN 보도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4일 밤,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자신을 밀치는 바람에 다쳤다면서 “수술비만 이천만원 넘고 장애인 등록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그 근거로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후유장해 진단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 진단서에는 사고발생 장소와 일시, 내용이 다 지워져 있는가하면 ‘교통사고’란 말이 적혀있고, 또 다른 진단서에도 목 부상이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라는 문구와 상대방이 밀어 넘어진 뒤 통증이 심해졌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 <이미지 출처=YTN 보도 영상 캡처>

그러나 진단서 발행일은 5월4일로, 경비원 A씨가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런가하면 B씨는 “남들 얘기로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며 ‘머슴’ 운운하며 A씨를 모욕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YTN 보도 영상 캡처>

B씨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2시간 전에 가족에게 전화해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며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숨지기 전 자신의 형에게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때린 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B씨에게 사과는커녕 되레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맞고소를 당했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B씨를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쌍방폭행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와 목격자 진술, 경비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이번주 B씨를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