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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부터 고 김용균씨까지, 2018년 올해의 사건, 올해의 인물[2018 올해의 사건, 인물 ①] 남북정상회담부터 양진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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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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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31  16:52:28
수정 2018.12.31  17: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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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교수신문>이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任重道遠’(임중도원)의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빗댄 이 성어는 그러나 비단 문 정부에게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박수칠 때 떠난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했던 것처럼, 2018 한국사회는 다사다난했던 사건과 이슈 만큼이나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배가 고픈 상태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정책을 비롯해 정권을 압박하는 보수야당과 언론, 관료들과 기득권 층의 저항은 언제나 그렇듯 집요하고 전방위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촛불정부를 나았던 호감도도 피로감으로 차음 변하는 중이다. 
 
그 ‘임중도원’의 한 해를 정리해봤다. 이 15개의 올해의 수상 부문을 보며 누군가는 분노를 자아내고,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새해를 내다볼 것이다. 

[올해의 명장면]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에서 맞잡은 손은 백두산 천지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군가분계선을 넘나드는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아니 전 세계인들은 굳건했던 '한반도 리스크'를 깨뜨리려는 역사적이고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목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둘의 '도보다리' 독대는 희망 섞인 긴장감을 전해준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그렇게 2018년 김 국방위원장의 평창올림픽을 염두에 둔 신년사로 출발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급반전은 평창올림픽과 두 번의 예술단 공연,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방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찍었다. 특히 붉은색 빛깔의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기념사진 촬영은 핵을 둘러싼 북미의 대결구도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기념비적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외교와 국제 정세가 내 맘 같을 순 없듯,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북미 간의 힘겨루기 등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과 마찰도 한 해 내내 계속됐다. 특히 트럼피 미 대통령이 염원했을 노벨평화상 소식도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보수야당의 딴죽걸기도 한 해내내 계속됐다. 그럼에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빅 픽쳐'는 계속되는 중이다. 2019년 벽두를 앞두고 북에서 날아온 친서는 그러한 희망의 불씨가 지속되고 있음의 반증이다. 그렇게 통일과 평화는 희망을 품은 자들에게 더 가까운 법이다. 
   
[올해의 부고] 스물 넷 청년 고 김용균씨

“따지고 싶었습니다. 나라의 책임자들이 이런 공공기관에 이렇게 은폐돼서 숨기려는 불법들이 너무 많이 있는데, 이런 곳에 우리 자식을 보내게끔 만든 나라에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그 사람들한테 이런 환경을 주어지게 한 원청, 그 사람들을 명명백백히 나쁜 걸, 그런 걸 다 밝혀서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하고 벌을 받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YTN에 출연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렇게 절규했다. 그렇게 회사가, 원청이, 나라가 꽃다운 스물넷 청년을 죽였다. 지난 12월 11일 컨베이어 벨트에 깔려 몸인 잘린 채로 숨진 김용균씨의 죽음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구의역 사고에 이어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이라 그 충격은 더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는 그 ‘세월호 세대’들을 ‘위험의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지로 몰아 넣고 있었다.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이미지출처=YTN 인터뷰 영상 캡쳐>

더한 비극은 이 ‘위험한 외주화’를 막고자 급하게 발의된 ‘김용균법’의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었고, 통과된 법안마저 온전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란 사실이었다. 과연 2019년 한국사회는 비정규직을, 이 시대 청년들의 목숨을 지켜낼 수 있을까. ‘구의역 김군’의 죽음 때도 우리는 애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올해의 배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자선이 아니라 책임이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지난 28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신년호인 590호의 표지를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표지의 주인공은 배우 정우성이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올해 '난민' 문제에 대해 강성 발언을 이어갔던 정우성의 활약이 어느 정도인지를,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만 했다. 

“세월호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중요한 허리 세대인 40대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고,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

정우성이 지난 2014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직을 수락한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해, 이 40대 배우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자신이 지닌 인지도를 어떻게 활용할지, 또 그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그는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박근혜 나와”를 외쳤고, KBS 파업을 응원했으며, 세월호 다큐 <그날, 바다>의 나레이터로 참여하기도 했다. 

“자선이 아니라 책임”이란 말로 요약되는 정우성의 활약은 어쩌면 ‘연예인’ 혹은 ‘공인’이란 틀 안에 갇혀왔던 자신에게 향했던 대중들의 시선으로부터의 탈피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나 올해 한국인들에게 인권과 평등, 차별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싼 격한 논쟁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1990년대부터 줄곧 스타였던 정우성이 인권을 전파하는 배우로 거듭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씨가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서울사무소에서 유엔난민기구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우성씨 인스타그램>

[올해의 질주] 양승태와 사법농단 세력

“저렇게까지 카메라를 피해 뛰어가는 걸 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 7월 <PD수첩>의 카메라에 잡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질주’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었다. 위는 카메라를 피해 학교 운동장을 뛰고 또 뛰던 임 정 차장의 질주를 본 진행자 MBC 한학수 PD의 총평이었다. 그렇다. 잘못이 없다면 왜 그토록 카메라를 피해 줄행랑을 쳤겠는가. 하지만, 사법농단 세력의 무한질주는 올 한 해 내내 계속됐다. 그것도 목불인견 수준인 사법부의 비호 아래. 

대법원이 사법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 준 한 해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 행정처가 중요한 재판 때마다 박근혜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세상에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파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위안부 피해자부터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까지, ‘역사’는 물론 ‘국익’에 해당하는 모든 주요 재판이 박근혜 청와대와의 사법 거래 대상이었다. 김기춘 전 ‘왕실장’이 주도했다는 회의 참석자의 면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게 다 ‘상고법원’ 때문이었다니, 허탈함마저 일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뒷거래의 피해자들은 당연히 국민들이었다. 그럼에도 사법부 구성원들의 조직적 저항은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 6월 사법부 차원의 고발은 필요 없다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표적이었다.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는 줄줄이 기각됐다. 이제 남은 것은 연말까지 이어진 검찰 수사뿐이다. 

부디, 사법농단이란 질주의 끝은 감옥행임이 증명돼야 한다. 철저한 검찰수사를 국민들이 요구하는 이유다. 수개월 째 잠수를 타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수면 위로 끌려 올려 주시고. 그래야만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 역시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갑질] 양진호와 한진, 그리고 조선일보

‘국민 갑질’ 기업으로 등극한 대한항공 한진 일가에서 끝날 줄 알았다. 2018년 말 관세청이 ‘밀수 혐의’로 한진 이명희·조현아·조현민 세 모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고발한 황당한 ‘밀수’ 관련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한진 일가만 해도 국민들은 버거웠다. 

그러나, 국민들을 경악케 한 더 한 강적, 더 흉측한 괴물이 출현했다. 구속 수감 중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말이다. 독립언론 <셜록>과 <뉴스타파>가  오랜 기간 취재해, 말 그대로 세상에 터트린 이 양진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갑질’이 어떤 파국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비극적이고도 심각한 사건이었다.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폭행뿐만이 아니었다. 양 회장 아내와 연루된 피해자에 대한 끔찍한 가해가 전부가 아니었다. 총 11개 혐의의 구체적인 사안들이 죄다 엽기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도 명확했다. 그 가운데 양 회장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줬던 디지털성범죄와 그를 융성케한 웹하드 카르텔은 낱낱이 까발려져 해체 수순을 밟아 마땅해 보인다. 피해를 본, 그리고 앞으로도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성들의 분노가 더 큰 한국사회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편으로, ‘<조선일보> 손녀’ 막말 파문 등 재벌사회에 만연한 ‘갑질’이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더 많은 고발과 내부고발자들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가진자’라면, ‘기득권’이라면, ‘돈’만 있다면 갑질을 해도 무방하다는 그 한국인들의 무의식과 사고체계를 부수기 위해서.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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