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둘러싼 국민의당의 내홍이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마라톤 의총’을 거친 이후에도 통합 찬성파들과 반대파 간의 갈등양상이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비안철수계’으로 분류되는 박주현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배타적으로 정책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합당을 위한 수순으로 보일 뿐”이라며 “국회에서 원내대표들간에 정책협의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민통합포럼에서 일부 의원들이 중도보수의 정책협의를 하고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 27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주현 최고위원.<사진제공=뉴시스>

또한 “동시에 평화개혁연대를 만들어서 진보개혁적인 정책연대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날개라는 국민의당 창당정신이 살아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우리 국민의당에 시급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유승민 일병 구하기가 아니라 무리한 합당 추진 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리더십의 문제, 신뢰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선거 승리전략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남 플러스 개혁이라는 기반을 내팽개치고, 양비론의 정치 무관심층을 찾아가는 길은 하나를 보태려다 둘을 잃어서 선거에서 지는 길이기도 하고 선거공학으로 정치의 명분과 지향점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길이기도 하다”며 “당 지도부는 합당논의를 중단한다는 분명한 선언을 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안철수계’으로 분류되는 박주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한다. ‘보따리 싸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보따리 싸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보따리는 왜 싸는가? 같이 살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계속 보따리를 싸야한다고 한다면, 그래서 누군가 싸서 나가야 한다고 한다면 나갈 사람이 누구인지, 이것 또한 당원주권주의 원칙에 따라, 그것도 당원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 중진인 유성엽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살리겠다고 정치공학에만 매달리는게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지만 그 정치공학도 참으로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며 “자유한국당과 통합협상을 하는 바른정당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신 YS 3당합당의 길에 휩쓸려 달라는 것인데...아니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언행을 보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 길은 결단코 함께 갈 수 없는 것이고 가고 싶은 사람만 가라!”며 “기어이 통합을 하겠다면 보따리 싸서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통합으로 정체성과 가치를 잃고 원내의석도 잃는다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더욱이 안철수 대표는 부인하지만 상대는 단계적 3당 통합론을 주창한다. 다수의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이 만들어 준 우리의 길을 가야 국민을 위한 국민의당”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철수 대표는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3당 통합론에 대해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안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그들 기득권 양당 세력과 손잡을 수 없다”며 “개혁 세력이 결집하자고 해서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이고, 그 창당 초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또다른 당내 호남중진인 주승용 의원은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양쪽 다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난상토론 끝에 일단은 시간을 두고 정책연대부터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서 결론을 냈다”고 언급했다.

주 의원은 “특히나 이번 지금 정기국회 기간 아닌가? 정기국회 때는 수많은 법안 또 예산 이런 것에 대한 공조가 필요하니까, 일단 우리가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정책연대가 중요하다라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지금 계속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