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까지 터지면서 소년법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전문 판사’ 천종호 부장판사는 소년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소년법 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종호 판사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소년 범죄에 대해)사형까지 선고한다든지 어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건 반대”라며 당장은 강력범죄에 대해 형벌의 상한선을 올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판사는 “14세 이상의 경우 형벌을 부과하되 완화된 형벌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최대 20년으로 상한이 돼 있다”고 설명하며 “국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강력범죄에 대해)상한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최장이 소년원에 2년간 보내는 것”이라며 “판사가 소년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는 재량을 높여주든지 아니면 일본처럼 아예 소년보호처분 기간의 제한을 없애든지 해야지만 13세 미만의 (강력)범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년법 적용대상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천 판사는 “전제가 어느 정도 성인과 동등한 지성과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되면 “(선거법 개정을 비롯해)청소년복지법, 민법, 형법, 아동복지법 등 전반적으로 손을 대야 될 문제다. 이것은 아주 큰 그림을 그려야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2명이 2개월 전에도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 <사진=CCTV 캡처, 뉴시스>

천 판사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핵심은 “아이들이 스스로 범죄를 세상에 드러내버릴 정도의 시대가 돼 버렸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인성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종호 판사는 그 이유를 ‘가족해체’, ‘사회공동체 해체’에서 찾았다.

그는 “그런 해체를 통해서 아이들이 인간 대 인간의 부대낌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며 “자기가 이 사건을 SNS에 노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든지, 피해자가 입어야 될 인격침해 이런 것을 전혀 고려 못한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넘어)원론적으로는 사회에서의 공동체 회복과 가족공동체의 복원이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천종호 판사는 아울러 “21년간 법관생활, 8년간 소년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경험에 비춰볼 때, 아이들이 약한 처벌을 받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반드시 맞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100% 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청소년 비행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처벌이 끝난 뒤에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가지고 재기의 기회를 뺏기보다는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해 나갈 때까지 도와줘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