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철 전 광주경찰청장 <사진제공=뉴시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의 ‘민주화의 성지’ SNS글을 삭제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가 직접 이 청장으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말로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인철 전 광주경찰청장은 7일 YTN에 지난해 11월18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SNS글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며 비꼬는 듯한 반말 투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 그러면서 바로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적절한 방법으로 삭제하라고까지 상세하게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강 청장이 주재한 광주청 간부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간부들도 ‘(이철성) 청장님이 게시물을 문제 삼는 전화를 직접 걸어와 내용을 수정해야겠다’는 지시를 강 청장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강 전 청장은 “그 지역(광주) 사람들은 나름 (민주화운동에 대한)자부심이 많기 때문에 지역 특성상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경찰청 공문에도 간혹 그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며 “일선 직원의 아이디어로 그 표현을 쓴 것이지만 청장님의 질책을 받고 게시물 내용을 수정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시 강 전 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을 통해 ‘경찰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안전을 보장하면서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한 광주지방경찰청 SNS글에 분노를 표한 경찰청장의 이중적인 태도에, 과연 경찰 개혁을 향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경찰청장이라고 해서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며 “당시 자신의 행위와 경찰 개혁에 대한 소신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힘으로써, 경찰총수로서의 명예를 바로 세우는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강인철 전 광주경찰청장 주장대로 이철성 경찰청장이 ‘민주화 성지’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비아냥거린 게 사실이라면 경찰청장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새정부 들어 경찰 개혁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꼽히고 있다”며 “이철성 청장은 임명 전부터 음주운전 전력과 과잉 진압 논란으로 새로운 경찰상 정립에 맞지 않는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정부는 이철성 청장의 언행 논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삭제 지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