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레밍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김학철 충북도의회 의원이 이번에는 해명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를 등을 비판해 또디사 구설수에 오른 모양새다.

▲ <사진=김학철 충북도의원 페이스북 캡쳐>

김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에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열렸다. 수해로 물난리가 났는데 해외연수 나갔다고 소명절차도 거치지 않고 단 3일 만에 제명시킨다는 발표를 해버렸다. 이 나라 법치주의 국가 아니다”며 “추경안 통과 해달라고 아우성치던 민주당 의원들 예산안 통과하던 날 자리 안지키고 다 어디가셨답니까?”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역구도 아니고 소관 상임위도 아닌 도의원들 다 제명했으면 같은 잣대로 사상 최악의 수해에도 휴가 복귀해서 현장에도 안나가본 지금 대통령이라 불려지는 분, 수해복구가 아직 진행 중인 데도 외국 나가신 국회의원들, 휴가 일정 맞춰서 외유나가신 높은 분들, 최악의 가뭄 상황인데도 공무로 외유 나가셨다 돌아오신 각 단체장들 다 탄핵하고 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에 김 의원 등 해외연수를 떠났던 자당 소속 의원 3명에 대한 제명을 권고한 바 있다. 전희경 대변인은 24일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들에 대한 제명을 의결토록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세월호 사고 당시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JTBC 손석희가 선동한 터무니없는 ‘에어포켓’이니 ‘다이빙벨’이니 하는 보도에 우리 국민들이 냉정한 태도만 보였더라도 삼성중공업 등이 출동시킨 플로팅도크로 세월호가 수장되기 전에 건져 올렸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 이어 “그런데 그런 선동보도로 차갑고 암흑같은 바다에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방치케 한 장본인은 국민적 영웅이 돼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김 의원은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한데, 언론사는 무수히 많아도 참된 언론은 드문 것 같다”며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의 그늘에 기생하려는 매춘언론과 레밍언론만 존재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22일 귀국후 기자들과 만난 김학철 충북도의원.<사진제공=뉴시스>

김 의원은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선출직 의원이 국민을 들쥐, 설치류라고 말하겠나. 아는 게 병이고 만화의 근원이 입이라고 제가 장거리 비행 끝에 쏟아지는 외유비난에 부지불식간 비몽사몽간에 헛소리를 했다”면서도 “레밍이란 말에 분노하셨고 상처받으셨다면 레밍이 되지 마십시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는데도 내가 뽑았다고 무조건 박수쳐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게 경계하시고,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를 맹목적으로 믿고 옮기지 마시고, 상사가 잘못된 지시를 한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거부하십시오”라며 “그게 레밍이 되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함정 질문 빠진 것 같다” 해명에 녹취록 공개한 KBS

무려 9000자를 훌쩍 넘는 이 글에는 자신이 그간 살아온 인생과 문제가 된 해외연수를 강행하게 된 이유, 지방의회 의원으로서의 고충 등이 담겨있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사과와 해명, 억울한 심경, 자신의 언론관 등이 뒤섞인 글인 셈. 김 의원은 “명 짧은 놈 우리 아버지보다는 5년을 더 살았습니다. 무수한 욕과 비난을 얻어먹었으니 더 살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라며 “여러분 진심으로 사죄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24일 오후 3시 30분 현재 3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 지지자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격려도 있었지만 “가만히 계시는게 젤 좋을 듯” “변명의 글이라고 밖에는 안보인다” “무슨 구차한 변명 필요하냐” “잘못을 하셨다고 느껴지셨으면 진심으로 하세요” “침묵은 금이라했다” “그냥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도민을 위한 수해복구에 참여하면 될 것을” 등의 비판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2일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문화예술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상임위다. 외유라고 매도하는 것은 굉장히 서운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레밍발언’에 대해서는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일종의 함정 질문에 빠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KBS는 23일 김 의원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건 뭐 아이, 그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이상한 우리 국민들이 이상한 이런 저기 그...제가 봤을 때는 이 뭐 레밍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레밍”이라고 발언했다. “레밍이 뭐냐”는 질문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라고 답했다.

▲ <사진=KBS '뉴스9' 방송화면 캡쳐>

또한 KBS는 “전화통화 내용이 기사화될지 몰랐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며 김 의원의 또다른 발언을 전했다. 기자가 “방금 말씀해주셨던 내용, 어떤 취지이고 어떤 입장이다 이런거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하자 김 의원은 “(기사) 안 내주시는게 더 좋구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기자는 처음부터 ‘이건 인터뷰에 쓸 것이다. 보도 전제다‘라는 사전통고를 해주지 않았다”며 “나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한 기자라 스스럼없이 우리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요지로 통화를 했는데 통화 말미에 다른 데서 다 해서 보도를 안 할 수가 없다고 해서 수해에도 외유나갔다란 보도를 하겠단 얘기구나 생각하고 ’보도 안해주면 더 좋구요‘라고 말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들이 레밍같단 생각이 든다’와 ‘국민들이 레밍같단 생각이 든다. 집단행동하는 설치류’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실례로 전자의 표현은 저명한 이들의 칼럼이나 논문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라며 “그런데 후자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제가 편집됐다 주장하는 것은 바로 기자가 레밍을 몰라서 무엇이냐고 묻길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서식하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다’라고 답해 준 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