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문건 300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 과거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문건 공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트집을 잡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자유한국당을 향해 더불어민주당은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드러나 있다)’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 17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상황점검회의.<사진제공=뉴시스>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오전 열린 원내상황점검회의에서 “5월 10일 취임한 정부가 50일이 지난 7월 3일 서류정리를 하다가 캐비닛 속에서 300종의 막대한 문서가 갑자기 발견됐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자체적으로 12일정도 갖고있다가 14일 공개했는데 이게 규정에 맞춰 적법하게 처리가 된 것이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장 출신인 박 의원은 “원칙적으로 전임 정부의 기록은 다음 정부 청와대에 남아있으면 안된다. 만약 발견됐다면 열람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기록관으로 즉시 이관해야 한다”며“공개하고 이관한 내용이 대통령 기록법에 문서 무단 유출 내지는 누설조항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역시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누설이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 아닌지는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기록관리 전문위원회가 판단을 해야 될 사항으로 보인다”며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판단해서 공개를 하고 또 문서를 이관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은 검찰에 넘겨졌기 때문에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법을 지켰는지,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판단을 공직자가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7월 3일에 발견된 문건이 여야 합의로 국회 정상화한 직후에 발표됐다”며 “여러가지 의문의 시각에서 보고 있고,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문건 공개의 적법성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자유한국당의 움직임과 관련,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를 감시하거나 제어하기는커녕 방조와 묵인으로 끌려 다녔던 당시 집권여당의 처지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을 목도하는 초조함이 읽혀진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트집 잡기는 진실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장두노미의 꼴에 불과하다”며 “자신들의 난처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청와대 조치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전 정권에서 벌어졌던 국정농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엄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진실을 은폐하거나 파기하는데 혈안이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업무 매뉴얼 552개, 정책 백서 77권, 보고서와 지시사항 일지 5만 6970건을 넘겼지만, 박근혜 정권이 현재의 청와대에 남긴 것은 10여 페이지짜리 문서 하나와 텅 빈 하드 디스크뿐”이라며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문서세단기 26대를 집중적으로 구매했던 과거 청와대가 무슨 일을 했는지 국민 모두가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에 발견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권이 특별검사의 압수수색까지 거부하면서 지키려 했던 문건들이다. 이번 문서들이 어떻게 작성됐고 왜 민정수석실에서 삼성의 경영승계 문제까지 검토하고 관여했는지는 마땅히 규명되어야 할 적폐의 큰 조각들”이라며 “국정농단의 실체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이는 적폐청산도 있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자성과 진실규명에 대한 협조를 다시 한 번 촉구 드린다”며 논평을 마무리했다.

같은당의 박남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본 사안이 또다시 정치논쟁에 휘둘려 본질이 훼손되고 진실규명이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의 문건 공개가 정당했는지 공개 시점이 수일 지난 왜 지금인지에 대한 논의는 핵심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천만 촛불민심을 만든 각종 의혹사건들에 청와대가 계획적으로 조정, 개입한 정황이 이번 청와대 공식 문서로 일정 부분 확인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민을 기만한 일련의 행위들을 정치논쟁으로 훼손하고 덮으려는 시도를 정치권이 방치하거나 동조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 관련 브리핑을 하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사진제공=뉴시스>

한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4일 문건 공개 관련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실은 원본 관할을 국정기록비서관실로 이관했다. 자료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서”라며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함에 따라 이번에 발견된 자료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별다른 조처가 없으면 공개하지 않도록 되어있다”며 “저희로서는 이들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인 것은 맞다, 다만 자료들에 비밀 표기를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라고 보고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문건의)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사본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 원본자료는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