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버스기사 배용주 씨에게 내린 사형 판결이 전두환 신군부의 결정이었다는 정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13일 CBS <노컷뉴스>는 1980년 8월 신군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가 작성해 전두환 당시 합수본부장에게 보고했던 ‘합수조치내용’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합수부는 검사 2명과 중앙정보부 수사관 2명 등 모두 4명을 광주로 급파해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내란 또는 소요죄 제기 여부는 정책적 결정”이라며 “처벌범위는 500명, 주요 임무 수행자 3~40명 극형 처단”이라고 명시했다.

<노컷>은 이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기 전 합수부 차원에서 처벌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이수 후보자.<사진제공=뉴시스>

합수부의 ‘관련자 극형처단’ 지시사항에 따라, 80년 10월 25일 열린 보통군법회의에서 재판부는 배용주 씨 등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는 당시 군복무중이었던 김이수 후보자도 참여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전 상임이사는 “당시 재판은 재야팀과 도청항쟁지도부팀, 기동타격대, 학원팀, 기타 등 다섯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다”며 “모든 재판은 군 검찰이 공소장을 낭독하면 그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송 전 이사는 “운전기사 배씨는 억울한 희생자이지만 제가 볼 땐 진정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당시 살상 명령을 내린 신군부”라며 “김 후보자의 용기가 부족했음을 질책할 수는 있지만 사전 각본에 의한 재판에서는 개인의 재량을 갖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일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배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에 배씨는 김 후보자에게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고,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 쪽으로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