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0%대로 다소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받았던 득표율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지지율이 여전한데다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10%대, 심지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조사결과도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CBS의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78.1%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84.1%) 대비 6%p 가량 떨어진 수치다. 부정평가는 10.0%에서 14.2%로 다소 상승했다.

이와 관련,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건만 벌써 지지율 하락이 시작됐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야당엔 불통, 비판여론엔 먹통, 열렬한 지지자들하고 ‘쇼(show)통’만 하는 행태에 국민이 실망하기 시작했음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취임이후 한 달도 안 된 시간 동안 말로만 협치, 소통 강조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불통과 먹통, ‘쇼(show)통’의 길만 걸어왔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의 대명제를 거듭 명심하시고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달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주요 지지층인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실망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지층이 대여 공세를 하면서 결국 무당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층, 60대 이상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많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 중반까지 올라갔던 이유는 보수층도 적극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인데 지난주 보수성향의 일부 계층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5일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정우택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게다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결과 자유한국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55.6%)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주보다 1.1%p 내려갔고 반대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1.0%p가량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양당간 격차는 크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5월 30일~6월 1일,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전국 만 19세 남녀 5223명 중 1004명 응답, 응답률 19%,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바른정당, 정의당과 동일한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4%,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50%였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18%)에서 바른정당(22%)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젊은 보수층뿐만 아니라 TK지역에서조차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였음을 보여준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조만간 소멸할 정당임이 명백해졌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어느 정권이나 출범초기엔 80%”라고?…과거 데이터 살펴보니...

이같은 데이터들을 근거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공세’에 어이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SNS 상에는 “웃겨 죽겠다”(@so*****) “민심은 그냥 그대로다”(@lj******), “창피한 줄도 모르고”(@co***********) “(자유한국당은) 78% 지지율 몇 번 해봤냐”(@ta*********), “당 지지율 보고 떠들길”(@Oh************) 등의 글이 올라왔다.

“어느 정권이나 출범초기에는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일만큼 국민의 높은 기대치가 반영됐다”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 초기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를 보면 취임 후 첫주 국정수행 지지도는 54.8%를 기록했으며 2주차에는 50.4%, 3주차에는 51.3%를 나타냈다. 4주차 지지도 역시 51.9%였다. 5주차에는 부실 인사검증 논란으로 인해 45.0%까지 떨어졌다.

반면,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금주 발표분에서만 70%대로 떨어졌을 뿐, 나머지는 모두 80%대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의 특성상 인수위 기간이 없었던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이만하면 ‘고공 행진’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는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의 첫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긍정 81.6%, 부정 10.1%)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긍정 54.8%, 부정 36.2%, 취임 1주차 2013년 2월 4주)보다 26.8%p, 이명박 전 대통령(76.0%, 18.4%, 취임 1주차 2008년 2월 4주)에 비해서는 5.6%p가 더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 <자료, 그래픽 제공=한국갤럽>

한국갤럽은 지난 2일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역대 대통령 직무 긍정률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이 밝힌 역대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직무수행 긍정률을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57%, 김영삼 전 대통령은 71%, 김대중 전 대통령은 71%, 노무현 전 대통령은 60%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각각 52%와 44%를 기록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5일 결과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으며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4만1956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27명이 응답(응답률 6.0%)을 완료했다. 

통계보정은 올해 1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