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분향을 해!”

8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일갈했던 그가 돌아왔다. 주인공은 백원우 전 의원. 백 전 의원은 청와대 신임 민정비서관에 발탁돼 조국 수석과 함께 ‘민정라인’을 이끌게 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SNS상에서는 환영의 글들이 계속 이어졌다.

▲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사진제공=뉴시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민정비서관에 백원우 전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초기였던 지난 2003년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점을 감안하면 14년만에 청와대에 복귀한 셈. 백 신임비서관의 기용을 마지막으로 청와대 모든 수석실 중 민정 수석실이 가장 먼저 구성을 완료했다.

백 비서관의 기용은 여러모로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선 의원이라는 중량감 있는 이력을 가진 인사가 1급 비서관에 임명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격식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사하겠다는 대통령의 실용적 판단”이라며 “민심 동향 등 여론 파악이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 측면에서 직언할 수 있는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검찰출신이 맡아오던 민정비서관에 비 검찰 출신 인사가 발탁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정도를 제외하면 조국 수석을 비롯, 민정수석실의 모든 비서관들이 비검찰 출신이다. 이번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맥이 닿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네티즌 “백원우 절규 못 잊는다”

백 비서관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故 제정구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역을 맡았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정무비서로 활동했으며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2004년 제 17대 총선 당시 경기도 시흥 갑에서 당선돼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18대 총선에서도 승리해 재선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19대, 20대 총선에서 함진규 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연거푸 패했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는 불과 200여표 차이로 아깝게 3선달성에 실패했다.

백 비서관에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된 것은 것은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헌화를 하기 위해 일어서자 분을 이기지 못한 백 비서관은 “사죄하라”며 “어디서 분향을 하느냐”고 소리친 것. 당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입막음을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백 비서관의 모습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통해 하는 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이후 장례식 방해죄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된 백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분명 정치적 타살이었고, 이명박 정권은 그 누구도 사과와 반성을 이야기한 적 없다”며 “상주이자 장례위원이었던 사람에게 ‘장례식 방해죄’라는게 성립이 가능한 것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 지난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다가 끌려나가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사진제공=뉴시스>

당시 재판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현 정부(이명박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 있다고 생각한 분들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그를 감싸기도 했다. 결국, 백 비서관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기억 때문일까. 백 비서관의 청와대 컴백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SNS상에는 “백원우 믿을 만 하지. 그의 울분에 나는 백번 공감했다”(@Kev**********), “백원우 의원이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니 만감이 교차한다”(@acc*******), “바른말 할 줄 아는 사람을 등용하는 건 당연한 일”(@ra******)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디 ‘po********’은 “백원우 의원의 절규를 절대 잊을 수 없다. 악을 향한 그의 분노는 정의로웠고, 먹먹했던 가슴의 울분을 어느 정도 씻겨 주었다”며 “옳지 않음에 분노를 표출하고, 모든 이가 주저하는 순간에도 격분을 토해내는 그의 인간다움. 그의 정의로움이 반드시 빛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아이디 ‘bas************’은 “법으로 절차에 의해 반드시 이명박(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큰소리 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