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이들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 안국역 사거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이모(73)씨는 탄핵선고 직후 헌재로 이동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이씨의 유족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가기 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집회에 나오신 분들”이라며 “박 전 대통령께서 위로와 통합의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청와대에서 사저로 이동하실 때 한마디 하시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12일 저녁 7시10분경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탄핵 불복성 메시지만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불복 선언한 데 대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 첫 발언은 명백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한 불복선언”이라며 “국민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다. 시간이 걸려도 싸우겠다는 대국민투쟁선언이다. 참으로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그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진실은 아니다란 뜻인가”라며 “결국 불복한다는 말인가?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에 대한 승복 아닌가? 참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최민희 전 의원도 “박근혜의 탄핵불복 암시는 그나마 있던 동정론의 싹 마저 스스로 짓밟는 모양새”라며 “‘불쌍해서 찍어줬더니, 불쌍하게 탄핵당해서 불쌍하다’는 동네 어르신, ‘오늘 보니 영 이상해졌네’.. 한마디 하신다”고 전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 박근혜가 민경욱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라면서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서, 박근혜의 간절한 소원을 꼭 이뤄져할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