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 및 언론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서이자 청와대의 종합적인 대응 방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압수,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에 대한 검토의견’과 ‘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 두 개를 발견했다.

해당 문건은 <JTBC>가 ‘최순실이 재단의 회장’이라는 미르재단 이성한 전 사무총장의 폭로를 보도한 직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여러 혐의 내용에 대한 법적검토 의견이 기재돼 있다. 문건은 최씨의 재단 설립과 대기업 모금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다만 기업이 따로 후원한 재단 행사비를 유용했을 때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심지어 문건에는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JTBC>는 전했다. “법적 문제가 없으니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출처=JTBC 보도화면 캡처>

특히 해당 문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사실상 증거인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어 박 대통령이 증거인멸 등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건에 쓰인 “지시사항에 대해 법적 검토 해보니”,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등의 표현들을 토대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실이 만든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이 해당 문건의 조언대로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초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한 언론들에 대해 직접 “끝까지 밝혀내야. 본때를 보여야.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하라고 주문하는가하면, 대통령을 비판한 사설에 대해 ‘논조이상-이모 논설주간’을 표시해 두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은 지난 2013년 6월14일부터 2014년 1월9일까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남긴 비망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반면 호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금전 지원을 염두에 둔 듯 “VIP 관련보도-각종 금전적 지원도 포상적 개념으로. 제재는 민정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 <이미지출처=TV조선 보도영상 캡처>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도 2014년 7월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속 낙마하자 수석회의에서 “일방적 지적, 비판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며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등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