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단독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제안, 청와대가 이를 즉각 수용했다. SNS상에서는 추 대표의 돌출 행동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야권과 공조해 ‘질서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오늘 이른 아침에 제1야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우상호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추 대표의 단독 회담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회담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내일 열기로 하고 시간 등을 조율중”이라고 전했다.

추미애 대표가 야3당도 아닌 양자 간 영수 회담을 급작스레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평론가 유창선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했던 대로 박근혜는 얼씨구나 하고 추미애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는데 오죽 고마웠을까”라고 비꼬았다.

그는 “청와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마당이라, 만나서 혹시라도 그쪽으로 얘기가 되면 추미애는 자신이 설득해냈다고 공을 자랑할 것”이라며 “박근혜가 응하지 않으면 퇴진 당론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아무튼 추미애는 오늘 내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으니 소기의 성과를 이미 거둔 셈”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선 씨는 이어 “그런데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비상시국에 대한 야권 단일안 마련, 특검, 그리고 어쩌면 탄핵까지 야권공조가 절실한 때에 이렇게 다른 야당들 뒤통수치면서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회담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런 구태 정치는 추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제까지 눈치만 보다가 막바지가 되는 것 같으니까 숟가락 들고 제일 먼저 밥상으로 달려드는 모습,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며 “우리가 당신들 밥상 차려주려고 거리에서 촛불 들었던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용마 MBC해직기자는 “영수회담 거부할 때는 언제고 난데없이 양자회담”이냐며 “스스로 안 물러나시면 퇴진 운동한다고 미리 보고하려는 건가? 이 중대국면에 그렇게 튀고 싶은가? 세월호 정국 때 여야 밀실야합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라고 꼬집었다.

<뉴스타파> 최승호 PD도 “추 대표가 승부를 거는 것을 지금 국민이 원하느냐”며 “야권과 공조해서 ‘질서 있는’ 협상을 하시기 바란다. 추대표 똥고집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면 더민주도 치명상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추미애가 해야 할 일은 희대의 국기문란 범죄자 박근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것뿐”이라며 “추미애는 국민의당, 정의당의 대표들과 상의하고 야당들의 대표로서 박근혜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