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성 작가(성공회대 교수)

[신발은 벗어놓고 가요]
-검찰청 층계에 남은 신발을 보고

언니, 다녀올께.
신발은 벗어놓고 가요.

죽을 죄 없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저승길 간다는데
신발 한 짝은 벗어놓고 갈께.
내 신발 팔아서 한 달 보름 먹고들 살라고
언니가 닦아놓은
포도청 층계를 맨발로 올라가요.

언니, 다녀올께.
명품 걸음걸이에 죄도 가벼울지라
나 다음에 올 사람 신고 올라오라고
신발 한 짝은 벗어놓고 가요.
어쨌든 벗어놓고 가요.
이 신발 꼭 맞는 사람이 누구일까.
프라다 백 메보지 않은 사람은 신는 맛 모를 텐데
언니는 나하고 발이 닮아서.

언니, 다녀올께.
신발은 벗어놓고 가요.
곧 풀려난다는 약조 잊지 않는다고
한 짝 벗어놓고 가요.

* 신발 한 짝이 벗겨진 게 우연이랴.
이 신발을 가장 발이 닮은 사람에게 보내주고 싶다.

▲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 씨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벗겨진 최 씨의 명품 신발이 놓여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