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지역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138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핵 문제와 관련 ‘대북 응징론’까지 꺼내든 박근혜 정부가 수해지원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동아일보>는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과 북한 매체 보도를 토대로, 이번 홍수로 이재민은 14만 명에 이르고 60만 명이 식수와 보건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현지 북한 소식통들은 “이번 재난은 당국이 발전소용 댐이 넘치자 갑자기 물을 방류해 벌어진 사고”라며 “단 몇 시간 만에 두만강 유역의 마을들이 잠겼다”고 전했다.

<동아>는 “북한이 최악의 대홍수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13, 14, 16일 제5차 핵실험 축하행사를 곳곳에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을 불러 핵무장을 강조하면서도 홍수 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 북한 조선중앙TV가 함경북도 무산지구 홍수 피해 현장에서 철도 선로 복구작업에 나선 청년돌격대원들의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출처=조선중앙TV 화면캡쳐/뉴시스)

<노컷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기구에 도움을 요청, 국제적십자연맹은 52만 달러를 지원해 긴급 구호에 나섰고,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도 17만 달러를 지원해 현지에 긴급 구호품을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정부나 한국적십자사, 국내 대북지원단체 등에는 아직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수해 지원에 대해 피해 규모, 투명성, 시급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북한의 요청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북한 수해에 대한 피해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의 지원요청이 없는 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노컷>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탈북자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대홍수 소식을 전하며 “아무리 대북제재 와중이지만, (박근혜정부가)북한 당국과 인민은 구별해 대북정책을 실시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 기자는 “북부 지역 사람들은 남쪽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은 용납할 수 없지만 같은 동포가 죽어가는 것은 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고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면 탈북의 본거지에서 한국의 인기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북한 통치층과 주민들 대응 분리 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5일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을 함께 언급하며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성하 기자는 남한의 이 같은 제안을 “김정은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 쪼잔한 김정은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원망은 더 클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잃을 게 없다. 통일을 주도할 주체로서의 위상과 아량을 보여주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 말미에 “남북관계가 경색 될수록 이런 큰 정치가 보고 싶다”며 “그걸 김정은에게 바랄 것인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