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묻지 않았다]
-미세먼지 순애보

온실가스 끓던 그 해 여름
아버지는 수금을 하러 마지막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하행했고
누이가 취한 수제맥주집 네온 간판은 밝았다. 
미지근한 물 속에 사는 것처럼 식구들은 대개 말이 없었지만
세상은 곧 터질 것처럼 오존 농도가 높았다. 
열대야의 거실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흡연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거듭해서 새벽까지 보곤 했다. 
이따금 광화문을 지날 무렵 
나의 바다는 해수면이 상승했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휴대전화에는 재난문자가 당도해 있었다. 
태어난 이래로 처음 정부 혜택을 직접 받은 게 분명한 그 날 저녁
아무리 온난화를 줄여보려고 애를 써도 
나의 눈물은 일회용을 벗어나질 못했다. 
공해물질 같은 연애 뒤의 슬픔은 종이컵처럼 구겨져서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여름 내내 
아파트 문 밖까지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신음소리는 
나의 도회와 도회 사이를 미세하게 떠돌았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면서 
누이가 열다섯 살 이래 써오던 일기를 접은 것도 그 여름이었다.  
영어 학습서 몇 권 비스듬히 누워 있는 
나의 서식지에는 늘 산소가 부족했다. 
어디에도 재앙은 없었다. 
다만 까닭 모르게도 나는 늘 모종의 징조 사이에 끼어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자정에 티브이는 다시 흡연율 높은 뉴스를 내보냈고
보톡스를 맞은 아나운서가 한층 상쾌한 목소리로 일기예보를 했다. 
나는 사주를 보듯 미세먼지 방향을 피해야 한다고 되뇌이면서 
취업원서를 쓰다 말고 잠이 들었던 듯하다. 
누이와 아버지 차례로 귀가했는지
아버지와 누이 차례로 귀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술냄새가 시큼한 녹조처럼 살아서 거실에 퍼졌다. 
고요한 온난화의 밤이 또 탈없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