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은 가버렸다]
- 광화문 광장에서

햇살 좋은 하짓날 하오
그는 유리창처럼 내게 쏟아졌다
팔월은 가버렸다
남루히 헌 셔츠 한 장 남겨놓은 채
연애보다 이별이 더 토정비결 문구 같은 건
팔월이 머리칼 한 올 숨기지 않고 
저 광장을 횡단해서 뻔뻔히 가버린 까닭이리라
옷깃을 붙잡아도
머리를 빗겨준다 해도
뿌리치고
공화정을 준다 해도
덜 익은 복숭아처럼 시디 시다 하더니
혁명도 광복도 주머니 속에 찔러넣고는
이별의 등걸 뒤에 헌사를 바치는 내 혀에 침을 배앝더니
아직 팽나무 숲 뒤로 하늘이 키 높던
무한만정 팔월무정
약은 약사에게 이별은 나에게
팔월은 가버렸고
여름은 깨진 유리창처럼 아스팔트 위로 쏟아졌다
해마다 땀냄새 풍기는 헌 연애 한 조각 남루히도 남겨놓은 채
팔월은 또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