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말이 광복이지 한국사회는 아직도 진정한 자주와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극우보수 정권들이 외세를 추종하면서 정치, 외교, 문화, 군사적으로 사대주의적 행보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 정권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보기이다.

그런데 답답한 마음으로 8월 15일을 맞이할 사람들에게 92세의 ‘독립군 노병’이 신선한 뉴스를 제공했다. 주인공은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 선생이다. 박근혜가 광복 71주년을 맞아 원로 애국지사들과 독립유공자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그는 참석자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 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이다.” 그는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며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다.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란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 참석, 김영관 독립유공장의 대표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는 자신이 초청한 ‘손님들’의 대표 격인 ‘독립군 노병’이 그렇게 준엄하게 꾸짖었는데도 ‘동문서답’만 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하나가 돼야 하는데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해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 뒤 “우리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는 길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독립유공자 여러분께서 앞장서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박근혜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에 노골적으로 동조한 바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몽매’한 ‘역사 인식’이다. 그는 자신이 수호해야 할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첫 번째 문장(“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도 읽은 적이 없단 말인가?

보도된 사진을 보면 박근혜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는 ‘광복군 노병’은 9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박근혜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사드 일방적 배치’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하지 못하는 채 사대주의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야권의 일부 정치인들은 그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