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에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가 왜 맨 뒤로 배치됐느냐’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국장업무 일일기록’, 이른바 비망록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12일 해당 보도에 따르면, KBS는 지난 2013년 10월27일 <뉴스9>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이라는 청와대 내부행사 소식을 뉴스의 맨 마지막 순서인 16번째 리포트로 방송했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서 이와 관련 “(이날 방송이 나간 뒤)저녁 무렵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을 맨 마지막에 편집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 하길래 내가 맨 뒤에 편집하는 것은 이른바 빽톱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서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적었다.

김 전 국장의 비망록 내용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내가 홍보수석으로서 (청와대의) 언론 심부름을 하는 입장에서 이미 나간 뉴스에 대해 (KBS에) 전화해서 ‘좀 앞으로 내어주지’ 하는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언론창구로써 아쉬움과 불만(을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당) 업무를 수행한다 치더라도 그런 사정이나 아쉬움을 친분있는 사람에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디어오늘>에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왼쪽부터) 위원장과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길환영 전 KBS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언론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길환영 전 사장은 취임 후 KBS의 보도편성에 개입 했으며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 관련 뉴스 순서에 대해 지적하는 등 뉴스 편성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와 KBS본부는 16일 길환영 전 KBS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길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KBS의 보도편성에 개입했고, 이 전 수석은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사장 임명권자인 청와대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뉴스 편성에 직접 개입했다”며 “이는 방송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이상호 전 MBC 기자는 “매우 심각한 ‘청와대 보도개입 사건’”이라며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정현 씨는 지난 8년간 정언유착의 퇴행시기를 거치면서 제4부라는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개념자체를 망각한 모양”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상호 기자는 “말이 좋아 ‘불만’ 전화지 받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압박감을 느꼈을지 눈에 선하다”며 “KBS 새노조의 고발을 통해, 얼마나 일상적이며 조직적으로 보도개입이 이뤄져 왔는지 꼭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