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과 동시에 전주병 지역구에 출마선언을 했다. 그동안 무소속과 국민의당 입당을 고민하던 정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설득 끝에 입당을 결정했다. 

현재 전주병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지역구 현역이다.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도의회 활동을 거져 19대에 국회에 들어가 보건복지위 간사와 당 정책부의장 등을 하면서 4년동안 의정활동을 했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전주병이 격전지로 떠올랐다. 둘은 고교 동문이다. 초반 여론조사를 보면 김 의원이 월등히 앞섰지만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정 전 의원은 전주병에서 3선을 하며 전국 최다 득표도 기록한 바 있어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 1일 전주의 김 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필리버스터 중단 문제와 지역구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영광 기자

- 오늘(1일) 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예정이에요. 지지자들의 반발이 큰데 어떻게 보세요?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 주도의 필리버스터는 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기존 야당에서 해온 장외투쟁, 시위집회 등 기존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 국회의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논리적으로 입장을 펼친 것에 대해 국회다운 모습, 야당다운 모습, 정치의 재발견 등 국민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처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시국회 마감인 3월 10일까지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다는 고민도 당 지도부는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는 당내 의원들의 입장이 있는 상황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할 계획입니다.” 

- 선거법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알면서도 3월 10일까지 간다고 한 것이잖아요. 그럼 거짓말한 것인가요?

“야당으로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숫자로는 여당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언론에서 청와대, 정부•여당에 유리한, 야당에는 불리한 보도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높아서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테러방지법 수정 요구가 너무 장기화할 경우 정부•여당으로부터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국정원의 대국민 사찰 급격히 시행될 우려”

- 선거법은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과 연계해서 통과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럼 그걸 부각해야지 왜 역풍을 걱정하나요?

“야당의 입장이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측면이 매우 아쉽습니다. 공직선거법 협상 과정을 들자면, 여당의 양보가 없어서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언론은 여당의 주장이 올바르고, 야당이 고집을 피운다는 식의 보도를 하는 현실입니다.” 

▲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192시간의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개된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외 156명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57인, 찬성 156인, 반대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국민이 필리버스터에 열광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지금까지는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테러방지법 관련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이 왜 반대하는지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야당 지지자의 요구는 끝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데 민주당은 늘 조금 하다 포기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떻게 보세요?

“야당이 여당에 대응하는 것은 끝까지 반대하다가 마지막에 협상하는 것, 또 하나는 국민의 여론 동향에 따라 포기하거나 협상하는 경우죠. 가령, 기초연금 공약파기에 대한 대응 과정상, 지급 기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수급 대상인 어르신들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에 결국 야당이 버티지 못하고 표결로 통과되어 기형적인 기초연금 지급이 시행된 사례가 있습니다.

테러방지법도 우리가 주장하는 독소조항만 걷어내면 합의할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야당이 마치 테러방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당인 것처럼, 안보를 중시하지 않는 당인 것처럼 보이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당의 안보 프레임 전략에 야당이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靑‧정부여당의 잘못된 정책과의 싸움, 언론이 제대로 보도 안해 힘들었다”

▲ 출근인사하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출처=김성주 예비후보 페이스북>

-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선거는 하나마나일 거라던데.

“테러방지법 통과 시 국정원의 대국민 사찰이 급격히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안 처리를 무산시켰을 경우 야당의 책임론 또한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미디어법을 막지 못해 여당의 언론장악으로 대선에서 실패한 경험도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또한 막지 못하면 국정원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고 선거를 공정하게 치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습니다.” 

- 김종인 대표 등 비대위에서는 더 지속되면 역풍 불 것을 걱정해요. 하지만 아무소득도 없이 끝내서 부는 역풍도 있는데.

“걱정이 많이 됩니다. 중단을 결정하기로 하면 지지자들의 비난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필리버스터 중단으로 야권 지지가 떨어지면 그 또한 야권분열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걱정이 많습니다.” 

- 지금 중단해서 받는 역풍과 계속가서 받는 역풍 중 어디가 크다고 봐요?

“필리버스터를 계속했을 때보다, 중단했을 때의 역풍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난 4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셨는데 4년을 평가하면 어때요?

“대한민국을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총선에 출마하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을 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지난 대선 때 복지 공약을 만들었고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만 정권교체 실패로 좋은 공약과 계획을 추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공약파기, 영리병원 설립, 원격의료 강행, 진주의료원 폐업 등 복지공약 파기와 축소,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등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 밖에도 송파3모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들과 공무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편안과 개인연금 확대 음모에 맞서 더내고 덜받는 합리적 개편안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편안 합의 이후 국민의 기본적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노력을 했으나 아쉽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 초선임에도 4년동안 수상을 많이 하셨고 여러 중책을 맡으셨던데.

“국정감사 우수의원상, 좋은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것, 동료의원과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초선의원임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당 정책위수석부의장 등 재선급 의원이 수행하는 역할을 당과 동료들이 믿고 맡겨줘서 열심히 활동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비교적 저는 오랜 기간을 역할수행 했지만, 지도부 교체에 따라 중책을 맡을 분들이 빈번히 교체되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짧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또 당 총선정책기획단장 등 다양한 경험을 충실히 할 기회가 있었다는 면에서 행복합니다.” 

- 뭐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릇된 법과 정책을 가지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상대로 싸울 때 언론이 야당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안하고, 여당의 입장에서 보도할 때 힘이 다시 들었습니다.” 

“박원순‧이재명 시장의 실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왼쪽 두번째) 서울시장, 이재명(오른쪽) 성남시장이 2015년 12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총선 예비 후보로 등록하셨는데 지역민의 반응은 어때요?

“19대 국회에서 열심히 했고, 성과도 냈습니다. 물론 지역민들의 반응이 하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예산확보, 지역 현안 해결 등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마다 연 의정 보고회에서도 참석하신 주민들께서 참 잘했다는 칭찬도 주셨습니다. 이 같은 평가가 제게 큰 기반과 격려가 됩니다.” 

- 지역민의 요구는 무엇인가요?

“먼저 전북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 때에는 잘 사는 지역이었지만, 영남 위주 공업화 추진으로 호남이 소외되었습니다. 전북도민들은 지역의 낙후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영남 정권에 대한 불만, 또 그것을 극복해내지 못하는 정당에 대한 불만도 큽니다. 선거 때 신당 바람이 부는 이유도 이와 같은 지역민심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 봅니다.” 

- 호남에서 더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차이가 없다는 소리가 있는데.

“호남에서 새누리당과의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야당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실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평가하는데, 전북에는 아직 그와 같은 인물이 없다고도 생각됩니다. 새로운 시작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그러한 모습을 전북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차피 열심히 안 해도 더민주를 찍어주니 그러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민주화 성지라는 광주 국회의원 중 5•18 정신을 지니고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정치인은 강기정 의원 한 사람입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이 있을 때만이 유권자가 희망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이 반성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영, 대륙으로 가는 길이 덕진으로 오는 길 돼”

-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공천이 당선이란 공식은 깨졌어요. 더구나 상대는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와 정 전 의원은 오랫동안 같이 활동한 10년 동지입니다. 정 전 의원은 한 때 우리가 존경과 사랑을 보낸 분입니다 지난 용산사태 이후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정치를 높이 평가했었습니다.

하지만, 탈당 이후 작년 4.29 재보선 당시 관악에 출마하여 낙선하면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도운 셈이 된 상황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정 전 의원이 순창에 내려왔을 때, 돌아오는 총선에서 전주덕진에 출마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고 현실이 되었습니다.

3선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까지 지내신 분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전주에 출마하면서 ‘대륙으로 가는 길이, 덕진으로 오는 길’이 되었습니다. 결국, 노무현, 김부겸이 아닌 이인제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이 지난 2월 19일 오전 전북 순창군 복흥면 비석마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정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은 고향에서 출마했지만, 비판 안 받았는데 왜 나만 비판하냐?”고 하는데..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대선까지 나온 사람에게 국회의원을 한번 더하느냐, 안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백의종군하면서 선대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 4.29 재보궐 선거 때 새누리당에 관악구를 헌납했던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여의도 복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지난달 29일 전북에서 한 석이 준 것과 관련한 논평에서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전북 정치권이 당 대표와 장관 등 요직을 맡는 동안 왜 전북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정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인가요.

“민주정권 10년간 전북 정치권이 주요 요직을 맡는 동안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전북에 심어놓지 못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봅니다. 과거 지도자들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 전북 정치권이 초선 중심이어서 존재감이 없으니, 본인이 다시 복귀하여 전북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은 전북도민들이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