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화제가 된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이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동해 ‘변화를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총선 출마 선언문을 공개해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조 소장은 지난 당 대표 출마 선언문으로 인해 인지도가 있어서 비례대표로 나서면 지역구 후보를 지원할 수 있지만, 지역에 출마해 당선되면 정의당에 한 석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 지난 19일 정의당 당사에서 조 후보를 만나 비례대표를 선택한 이유와 그가 주장한 2세대 진보 정치, 그리고 야권연대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2세대 진보정치.. 정의당이란 정당과 의정활동 방향 바꿔보자”

- 정의당 비례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셨어요. 인지도가 있어서 비례대표로 출마해 지역구 후보를 지원하는 것과 지역에 출마해 한 석이라도 늘리는 게 더 나은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맞아요. 고민이 많았는데 당 대표 선거 끝나고 전국을 돌며 당원분들을 많이 만나 뵈었는데 제일 많이 물어보셔서 당원 분들 의견을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했어요. 당연히 일부에서는 제가 언론에 많이 나와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지역에 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지금 정의당에서 지역에 출마하신 분들이 고군분투하시는 것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가진 인지도가 언론에서 나온 건데 그게 지역 출마에 경쟁력 있진 않아요. 지역은 오랫동안 시민들을 만나며 기반을 닦아 오신 분들이 더 경쟁력 있죠. 저는 언론에 나와서 인터넷이나 SNS에 민감한 일부에게 호응이 있는 것이기 지역 기반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출마하신 후보들이 발품 팔아 만든 인지도에 비하면 전 부족하죠.

또 하나 제가 제기하는 문제는 정의당이란 정당 자체를 바꾸고 의정활동의 방향도 바꿔보자는 게 있어서 많은 당원분들은 비례대표로 나가 당 전체의 지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 판단을 했어요.”

- 정의당은 변화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진보정당이 만들어진 지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제가 2세대 진보정치를 말했던 것은 먼저 당의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왜냐면 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어젠다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조직노동을 대변했다면 이제 조직노동 밖의 노동자도 대변해야 하고 영세 자영업자나, 청년실업자들로 확장하지 않으면 점점 고립 되거나 축소되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5년 동안 사회도 바꾸고 시민의 삶도 바꿨지만 시민의 삶 속에 있어야 할 진보 정당의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죠. 때문에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당 대표 선거도 나온 것이고 이번에도 비례대표 출마하면서 단순히 조성주가 얼마나 국회의원에 적절한가를 넘어서 진보정당, 진보정치의 원내활동, 국회 활동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의 말만큼이나 글도 많아져야 정치 좋아져”

- 지난해 정의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문이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이전과 이후의 생활이 다를 것 같은데.

“네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지난해 당 대표 출마선언문을 올린 후 대한민국 정치에도 ‘정치글’로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 정치 인들의 말은 화제가 됩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말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글도 주목받고 많아져야 정치도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제 문제의식을 당에서 많이 수용해서 미래정치센터의 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주로 미래의 정치가와 리더십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인터뷰도 많고 방송토론 등으로 이전보다 훨씬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정치인의 글이 주목을 못 받은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잡혀있어야 해요. 그러나 한국 정치의 기존 특성 중 하나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설득하기보다는 상대 약점을 들춰내서 폭로하는 방식이 더 많았던 거죠. 저는 이걸 ‘고자질 정치’라고 얘기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상대가 얼마나 못하고 나쁜 짓을 하는지 찾기에만 바빴죠. 좋은 글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은 한국정치에서 정치인들에게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나쁜 것을 폭로하는 걸 넘어 국민 설득하는 게 정치”

- 그런 면에서 진보정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네, 정확합니다. 2000년대 중반 제가 국회에서 보좌진 생활할 때 ‘우리는 국회 들어가서 기득권 정치의 나쁜 것들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보정당 국회의원의 역할이다’고 생각했고 아직 변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정치는 나쁜 것을 폭로하는 걸 넘어 저희가 가진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존의 진보정치에서도 좋은 글로 설득하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누가 잘 폭로하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 결국, 정치 문화 문제인데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출발은 대안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어야 사람들이 ‘저렇게 말할 수도 있네’ 또는 ‘저렇게 글로 쓸 수도 있네’로 사람들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격적인 언어나 센 말이 아닌 공감의 언어로 진보도 승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다행히 호응이 좋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 1세대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자는 것”

- 당 대표 선거에서 2세대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하셨어요. 2세대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려면 1세대 진보정치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분들이 제가 2세대 진보정치 말하니 ‘그럼 1세대는 다 가라는 거냐’라고 반문하시는데, 전 1세대와 2세대가 대비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존 한국 민주주의는 보수편향이었어요. 1세대 진보정치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노동이나 인권 등을 제도 안으로 들여와서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고, 이것을 높게 평가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은 흐르는 것입니다. 1세대 진보정치가 큰 역할을 했는데 한국사회는 너무 많이 바뀌어서 이제 새로운 과제들에 직면한 거죠. 이 새로운 과제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 1세대 진보정치만으로는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한계가 있죠.

노동의 형태도 너무 달라졌어요. 1세대 진보정치가 생각했던 정형화된 노동의 모습은 장소와 시간이 명확해요. 그러나 요즘의 노동은 사무실도 없고 심지어 노동이라 불리지도 못하는 노동이 많습니다. 노동환경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건 기존 콘텐츠로는 안 된다는 거죠.

경제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복지, 분배만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진보는 어떤 산업이 한국에 필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2세대 진보정치의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고 이렇게 변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제시한 겁니다. 1세대 진보정치의 성과 위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 그럼 대중이 생각하는 세대교체와 다르네요.

“정확합니다. 1세대, 2세대라는 단어를 쓰니까 기성세대와 다음 세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렇다기보다는 좀 더 발전하는 진보정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과 다른 의제와 다른 방식으로 하는 진보정치를 말합니다. 나이로 진보정치 하고 싶지 않아요.”

▲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반사이익 보다 확실한 10% 만드는 게 정의당의 전략”

- 현재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40%, 더민주 25%, 국민의당 10%, 정의당 5% 정도 인 것 같아요. 시민들이 더민주에게 ‘새누리당이 막 가는데 왜 반사이익도 못 얻냐’고 비판해요. 저는 정의당에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대한 반사이익을 왜 못 얻는지 묻고 싶어요.

“정의당도 부족한 게 있어요. 뭐냐면 정의당이 자기 색깔과 노선, 기반이 확실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고정적 지지율이 있을 것이에요. 그러나 아직도 정의당은 완성된 정당이 아니라 조직, 정당을 만드는 중간에 있어요. 저는 2018~2020년이 되어야 완료된다고 봐요. 그만큼 정당을 사회에 뿌리내리고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는 그런 반사이익을 왜 못얻냐는 비판 인정해요. 저희 실력이 안 되서 그런 거죠. 그러나 이제 이 5%를 확실한 7%, 확실한 10%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의당의 전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이번 총선도 이런 전략으로 치러야죠, 확실한 8%~10%를 가지고 있다면 +알파는 얼마든지 환경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럼 2018년 지방선거에서 15%~20%도 갈 수 있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이 확실한 10%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걸 하겠다고. 비례대표도 출마한 것이고 당을 강화하고 조직을 뿌리내리게 할 거예요.”

- 그럼 어떻게 해야죠?

“정당의 기반은 종당의 지역조직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위원회가 해당 지역 시민들의 삶에 뿌리박혀 있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지역에서 활동할 사람들이 필요해요, 지금 정의당 당원이 3만 명이 넘었어요. 이 사람들이 지역에서 움직이면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업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하지 않으면 5% +알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과 다양한 청년, 여성 등 당과 연결된 조직들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10%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연대는 과감하게, 하지만 내용 없는 연대는 정치발전에 도움 안 돼”

-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걸로 아는데요. 그래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되어 먹는 욕은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물론 무조건 반 박근혜 연대는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되죠.

“저 야권연대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연대와 연합정치가 민주주의 정치에서 아주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가 부정적인 것은 내용 없는 연대, 무조건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하기 위해 정책이나 가치도 없이 연대하는 것은 소극적인 것으로 생각해요. 더 적극적 연대, 더민주가 어떤 정책을 할 것이고 새누리당 과반을 저지해서 무엇을 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는 연대이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문제가 있었죠.

생각해보자고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과반을 점해서 막 나가는 것도 두려워요. 그리고 야권이 과반을 했을 때는 사람들의 삶도 나아져야죠. 변화가 없으면 우리는 왜 선거를 치르는지 알 수 없어요. 대한민국의 선거가 새누리당을 막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야권이 과반을 했을 때 사람들의 삶이 뭐가 바뀌는데’라는 질문에도 저희는 답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새누리당 반대를 위해서 더민주와의 정책적 차별성을 드러내길 두려워하거나, 정치적 비판을 삼가는 소극적 연대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크다는 생각이에요. 단지 후보 단일화가 중심이 된 연대도 마찬가지죠. 그런 것은 연대를 건강하게 만들지도 않아요. ‘연대하면 정말 이런 게 바뀌겠구나’란 것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여야 연대의 성과도 더 커지겠죠.

그리고 야권이 분열해서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제1야당도 어부지리로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그래도 새누리당이 하는 것보다는 민주당을 찍어야지’라고 제1야당이 옳아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막기 위해 제1야당을 지지했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1야당이 더 약해졌습니다. 열심히 안 해도 표를 받기 때문이죠.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점수 잘 나오니 기초공부 안 해놓으니 중요한 시험, 즉 대선 같은 때 지잖아요. 오히려 야당이 약해졌죠. 그래서 제 생각은 연대는 과감하게 하되 무엇이 더 나은 대안인지는 또 치열하게 경쟁해서 만들어내야죠. 제 비판은 내용 없는 연대예요.”

“박근혜정부, 북핵 문제 해결 의지 있었다면 야당 협조부터 얻었어야”

-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어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북풍 조성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어요.

“저는 일단 북풍공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김정은 정권이 이번에 잠깐 반짝 핵 개발을 한 것이 아니고 90년대부터 해오던 것을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이 이것을 막지 못한 거죠. 미사일 개발도 마찬가지로 계속 해온 것이기에 선거 때 닥쳐서 북풍공작 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문제는 개성공단을 급작스럽게 폐쇄해서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나요? 그렇게 해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수단이 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면 중국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이 사드한다고 해서 중국이 공식적으로 반대하잖아요. 평화와 안보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죠. 진짜 제어하는 걸 손 놓고 말만 세게 해서 북한이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진짜 현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 미사일 문제 해결하고 싶었으면 훨씬 이전부터 국제사회도 끌어들이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내고 했어야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국내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어서 비판적으로 보는 거죠.”

- 북풍이든 아니든 새누리당은 야권을 종북 프레임으로 몰아갈 텐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저는 종북프레임에 야권이 말리는 것에는 야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뭐냐면. 야권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대안이 명료하지 않으니 반박을 못 하는 거죠.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은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저희가 명확한 대안이 있으면 ‘아니다, 우리가 더 안보 잘하고 평화를 잘한다. 니네가 다 안보를 못하고 니네가 더 불안하게 하는 거다’고 맞받아쳐서 대안으로 설득해야지, 아니라고 부정만 하는 건 오히려 싸움에서 지는 거죠. 저희의 명확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대안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 야권엔 이게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