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일명 ‘국민감시법(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더민주 당내는 물론 정의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광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50시간을 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께 이야기 드렸는데,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야하는 것인지.. 지더라도 좀 멋지게 져야 최선을 다했지만 의석이 부족해서 그러니 더 뽑아달라 부탁할텐데 이렇게 스스로 물러나면...”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당 이학영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단 속보를 보고 놀랐다”며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 생각과 말까지 억압하는 법을 만들어 장기집권을 꿈꾸는 세력에게 이처럼 무참히 짓밟힐 수는 없다. (필리버스터 중단)반대한다. 이종걸 대표님, 대표직을 걸고 버티세요”라고 촉구했다.

그런가하면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SNS에 <새누리 “野 명분없이 시작한 필리버스터 셀프 중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필리버스터 중단의 대가는 바로 이런 조롱과 모욕. 지더라도 장렬히 져야 국민의 이해를 구할 명분이 있고, 오히려 이기는 것”이라며 “더민주 지도부는 (필리버스터 중단을)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은수미 의원(더민주)에게 “그런다고 공천 안준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더민주는 그릇된 판단에서 시작된 필리버스터를 셀프중단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그는 1일 국회 브리핑에서 “명분없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국회 본회의장을 야당 의원들의 거듭되는 거짓 선전, 선동의 장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사전선거 운동장으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무제한 토론에서 은 의원이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녹색당도 더민주에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1일 논평을 통해 녹색당은 “필리버스터 중단을 주도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며 “국회의원이자 야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한 것은 한 정당의 실책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민주 의원들이 자신을 국민의 대변자라고 생각한다면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필리버스터 종결 방침을 부결시켜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필리버스터는 총선에서 경제와 민생 이슈로 제대로 싸우기 위해 지지층을 모으고 결기를 다지기 위해 더 필요하다”며 “막 지지층이 뜨겁게 반응하며 결집하고 있는 이런 시점에 아무 설명과 설득 없이 중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국 교수는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이종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김종인 대표의 ‘공천 대권’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오늘 의원총회에서 이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대교수와 법학연구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인권단체들도 성명을 발표, “죽은 정치의 위협에 진짜 정치를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차피 필리버스터는 2월 국회가 끝나는 3월 10일 이후엔 더 하려야 할 수도 없다”며 “역풍이 두려워 잘잘못조차 따지지 않고 국민을 위한 최후의 수단을 포기하는 것은 정략적인 것이다. 정부나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더민주는 1일 오후 6시30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기자회견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앞서 29일 밤 더민주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필리버스터를 고수하자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