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옥수수, 비료, 그리고 옷감에 관한 뒤늦은 연구]

그 해에는 쌀에서 핵무기가 나왔다고도 한다.
삼팔선만 넘으면 쌀 성분이 바뀌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쌀밥을 먹을 때는 필시 핵물질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
-어쨌든 나만 몰랐다

그 해에는 옥수수에서 폭탄이 나왔다고도 한다.
휴전선만 넘으면 팝콘 성질이 뭉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옥수수 튀김을 씹을 때는 반드시 먼저 철모를 쓰는 게 맞다.
-어쨌든 내 아이들과 제자들만 몰랐다

그 해에는 비료에서 화학탄이 나왔다고도 한다.
북방한계선만 넘으면 거름이 독을 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농사를 지을 때는 필히 방독면을 착용하는 게 맞다.
-어쨌든 고향에 계신 내 부모님만 몰랐다

그 해에는 속옷 따위 의류에서 핵 미사일이 나왔다고도 한다.
실이 개성을 넘으면 직조 과정에서 특수 분열을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는 주한 미군기지 탈의실을 이용하는 게 거의 유일하게 안전하다.
-어쨌든 우리만 몰랐다

본 연구는 KMS조중동종편이라는 특수물질을 시약으로 진행한 것이다.
[쌀, 옥수수, 비료, 그리고 옷감에 관한 뒤늦은 연구]라는 제목이 너무 길다면
퍼주기 연구 또는 남북교류연구라고 줄여 말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