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오전 육군 장병들이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에 있는 대북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에 대해 “국내 정치적인 계산이 좀 깔리지 않았나”라며 “일종의 북풍”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좀 너무 서두르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일단 유엔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제재 결의 문제가 되고 있지 않냐”며 “그 정도로 대응을 하고 다음 반응을 봐가며 개별적으로 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하는데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확성기 방송을 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아는 거고”라며 “이미 8월에 경험하지 않았냐, 그 때보다 더 세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고사총으로 확성기를 조준 사격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할 거고, 실행에 옮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파주, 연천 분들이 위험해지는 소란한 상태가 일어난다”며 “(우리 정부가) 그걸 규탄하는 삐라를 보내거나 등등의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남북간 긴장사태가 격화되는 수순을 짚었다.

이어 시점과 관련 정 전 장관은 “총선이 석 달도 안 남았다. 보수결집이 일어나는 상황이어야 한다, 일종의 북풍이다”며 “북한이 남쪽을 상대로 여러 가지 도발을 하거나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면 중간층까지 전부 보수 쪽으로 줄을 서게 된다”고 말했다.

정 전 관은 “선거에 있어서 여당이 계산을 했으리라고 본다, 지금부터 그쪽으로 끌고 갈 것”이라면서 “더군다나 3,4월에는 한미 합동훈련이 계획되어 있다. 그것과 맞물리면서 굉장히 강한 반북정서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금 조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관련 전문가 긴급 좌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원유철 ‘핵무장론’, 한미동맹의 정반대 얘기…뭔 관계인지 모르는 것”

정보 차단에 대해선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최소 2주전에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보가 일본까지 공유됐는데 우리한테는 안 왔다는 얘기 아니냐”며 “미국이 우리를 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동안 대북군사 관련 정보 공유를 잘 했는데 전달되면 그냥 새어나가서 국회에 보고가 되니 작전하는데 불리하다는 판단을 (미국이) 한 두번은 했을 것”이라며 “최근에도 사고가 있어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해명 요구까지 했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한국한테는 알리지 말자는 식으로 쑥덕공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대안이 없는 혈맹이지만 미국은 우리를 일본과 같이 취급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착각을 한다”며 “미국과 완전 동급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국이 우리를 생각해줄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일갈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4년 3월 25일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 미 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 청와대

아울러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핵무장론을 편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강력한 한미동맹주의자들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은 정반대되는 이야기”라며 “한미동맹은 한국이 핵을 가지지 않는 조건에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모순점을 짚었다.

그는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우리가 미국 무기를 사주는 조건에서 유지되는 것이 한미동맹”이라며 “한미동맹과 핵무장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