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진제공=뉴시스>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서울시를 비방하고 강남구를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올리는 ‘댓글부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신설된 도시선진화담당관 산하 시민의식선진화팀 소속 공무원들이 벌여온 활동으로 2012년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의 댓글부대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5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제82조 ‘정치운동죄’에는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8일 경향신문과 여선웅 새정치민주연합 강남구의원이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11월 강남구 시민의식선진화팀 팀장 이모씨(6급) 등은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에 최소 200여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신분을 숨기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충돌하는 기사가 올라오면 집중적으로 댓글을 게시했다.

팀장 이모씨(6급)은 아이디 ‘jw28****’로 11월30일 보도된 ‘“수서 행복주택 백지화” 강남구 또다시 철회 요청’이란 기사에 “서울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껏 44세대 행복주택을 위해 노른자 땅에 지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관련해 최근 서울시가 수서동 727번지에 행복주택 44가구 건립을 추진하자 강남구는 “무분별한 계획으로 백지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 네이버의 해당 기사에 시민의식선진화팀 팀장 이모씨(6급)의 아이디 ‘jw28****’로 작성한 댓글. <사진=네이버 화면캡처>

이씨는 “서울시가 불법 용도 변경한 것도 모자라 서울시장 홍보용 시민청을 구축하고자 시민의 세금 15억원을 사용을 하겠다??? 서울시는 불법 공화국”, “불법행위에 시민의 혈세 15억원을 사용한다는 것은 미친놈이나 할 행위다. 감사원은 서울시의 불법행위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하여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서울시 의회에서 누가 욕을 했는데...시의회에서 녹음된 내용을 들으면 시의원은 쥐구멍에 들어가야 될 거야, 야바위 집단들” 등의 원색적 비난 댓글도 올렸다.

반면 이씨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해선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10월14일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내년 총선 출마 안 한다”’는 기사에 “구청장님의 진심이 묻어나는 말씀”이라고 썼다.

또 “오피스텔 성매매 행위 근절에 앞장서는 강남구청 공무원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도 불법행위 근절에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말로만 소통, 소통하시는 서울시장님. 강남구청장에게 많이 배우시고, 강남구민에게 사과하셔야겠어요.”라고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찬양하고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같은 형식으로 확인된 팀장 이씨의 네이버 댓글만 60개로 같은 팀 다른 직원들의 활동이 더 드러날 경우 여론조작의 범위는 훨씬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식선진화팀 팀원 ㄱ씨도 11월25일 ‘강남구청 공무원 서울시의회 욕설 안 해…갈등 비화’ 기사에 “참으로 서울시 개판이로다. (중략) 자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냐?”고 비난 댓글을 달았고 해당 기사에 다른 팀원 ㄴ씨도 “아니, (시)의원들 지들이 녹취록에서 욕했다는 게 들어났는디 (중략) 정말 싸 보인다. 쯧쯧”라고 댓글을 달아 함께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이같은 활동에 대해 팀장 이씨는 “개인 의지로 혼자 달았다”면서 “휴대폰 등을 사용해서 한 것으로 위에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트위터에 장강명씨의 신작 <댓글부대>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공무원까지 동원한 민심왜곡 소설같은 얘기군요. 진실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측은 조사과에서 감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복무규정인지 외부적으로 법령위반 사항인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서울시당은 논평을 내고 “그간 서울시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강남구청의 행태를 보면 조직적인 지시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감출 수가 없다”며 “서울시를 퇴폐업소 취급하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부끄러움을 알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해당 공무원을 즉각 중징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과 강남 특혜를 주장하며 서울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도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앞서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댓글부대>의 장강명씨는 지난 2일 go발뉴스 팟캐스트 ‘정윤희·곽현화의 빨간책’에 출연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2012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졌을 당시 설마 하면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댓글 조작하는데 큰 돈이 드는 것 아닐 텐데. 이게 다 인건비일텐데. 누가 작정하고 나쁜 목적으로 하면은 이것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했다”고 <댓글부대>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 12.2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다룬 독한 소설 장강명 다시듣기 1부
☞ 12.2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다룬 독한 소설 장강명 다시듣기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