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씨의 사돈이자 딸 백민주화 씨의 네덜란드 시아버지인 해롤드 모넌씨가 한국을 찾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씨를 병문안했다. 그는 경찰이 백씨에게 직격 물대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범죄행위이고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혼자였고 손에는 흉기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경찰은 왜 그랬는지 전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이미지출처=백남기씨 딸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해롤드 씨는 이번 일로 네덜란드 법규를 꼼꼼히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 또는 유럽에서 경찰은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 있을 경우에 한해 물대포를 정당방위 개념으로 쓴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쓰는 것도 경찰이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경찰이 집회에 모인 사람들 주위를 차벽이나 컨테이너, 버스 등으로 막을 수 없다. 그건 불법이라고 규정되어 있다”면서 특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 전체를 빙 둘러싸서 막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집회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차벽을 설치했다’는 한국 경찰의 주장에 대해 해롤드 씨는 “왜 시위가 불법이 되어야 하느냐. 민주주의 사회 아니냐”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은 북한과 달리 민주적인 사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남한이고 어디가 북한인지 헷갈린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네덜란드의 경우, 경찰이 시위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전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경찰이 시위대를 자극시켜서 다른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고, 경찰의 존재 자체가 시위대가 해야 할 말을 못하게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대포 사용지침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향해 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면서 만약 물대포를 쏘게 되더라도 “절대 가슴 위로 쏘지 못하게 정확하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남기 씨 ‘물대포 피격’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 등 책임자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롤드 씨는 “책임자는 가장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당시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처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경찰청장과 장관, 책임자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한 것을 두고 “만약 그런 말을 유럽에 있는 정치인이 했다면 그는 다음 임기에 절대 뽑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탄핵까지도 가능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