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이 19일 농민 백남기(69)씨의 중태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가 아니라 시위대 청년의 폭행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씨 가족들의 고소‧고발건을 지적하며 이런 의혹을 제기했고 김수남 후보자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부산북구강서구을)은 김 후보자에게 “SNS상에 나도는 동영상이 하나 있다”며 “약간 모호하지만 빨간 상의를 입은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농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금 농민 가족들 쪽에서 고소‧고발한 것을 알고 있는데 그 농민의 상해 부위나 현재의 위중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명백하게 수사 초기에 상황들을 면밀하게 확인을 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부산북구강서구을)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당 김진태 의원(강원춘천시)도 “지금 다쳐서 끌려가는 노인을 빨간 우비를 입은 청년이 어떻게 하는지 보라”면서 “가서 확 몸으로 일단 덮치죠”라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백 노인이 우측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지금 다른 사람들이 구호 조치를 하려는데 굳이 (빨긴 우비 청년이) 가서 몸에 올라타는 장면이 나온다”며 “이게 상해의 원인제공이 됐다고 보여지는데 확실하게 수사하라”고 말했다.

이에 김수남 후보자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문제는 직사냐 아니냐가 아니고 직사를 하면서 머리 부분을 향했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머리를 땅에 부딪혀 의식불명 상태가 됐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쏘고 또 머리 부분을 향하게 되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주장했다.

서 의원은 “경찰의 내부규칙에도 가슴 이하로 겨냥하게 돼 있다. 당연하다”며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규정을 경찰이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렇게 쓰러졌는데도 계속 쐈다, 피해자를 부축해서 가는 사람들 향해서까지 계속 쐈다”며 “과잉진압의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강원춘천시).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김 총장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답하자 서 의원은 “수사과정에 대한 것을 묻는 게 아니다, 후보자의 인권의식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견해에 기초해 보더라도 너무 심하다는 게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위대 폭행설’ 의혹 제기에 대해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어이없는 일”이라며 “상식의 눈을 갖고 동영상을 보라”고 반발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말하는 빨간 우의를 입은 이는 백남기 농민이 실려나오는 데 경찰 당국이 또다시 물대포를 쏠까봐 이를 막으려 한 것”이라며 “실제 백남기 농민을 향해 날아오는 물대포를 막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투쟁본부는 “누가 봐도 명확한 당시 상황을,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없는 주장을 활용해 어떻게 하건 책임을 회피해보려는 새누리당의 억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근거없는 모독에 열중하기 보다 경찰청장 사퇴, 대통령 사과, 관련 책임자 처벌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한 농민이 차벽에 밧줄을 걸고 당기던 중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쓰러져 있다.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는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아스팔트에 누워있다가 구급차로 호송됐지만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