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진실 투쟁’ 1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나라>는 단원고등학교 생존학생들이 첫 등교하던 2014년 6월 25일로 돌아가 처참한 기록의 문을 연다.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며 ‘잊지 말아달라’ 호소하는 글을 읽던 생존학생 대표는 끝내 준비한 원고를 다 읽지 못하고 흐느낀다. 첫 등교하는 학생들과 이를 응원하러 나온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 한다. 몇몇 학생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떨군다. 이들의 나라, 그리고 우리 모두의 나라는 왜 <나쁜나라>가 되었을까?

▲ <사진제공 = 시네마달>

참사 1년, 유가족들의 일상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나쁜나라>가 16일 언론에 공개됐다. 영화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이 내딛었던 힘겨운 발걸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기록했다.

국회로, 광화문으로, 청와대 앞에서 풍찬 노숙을 강행하며 유가족들이 원했던 것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느냐는 것. 하지만 그 ‘진실’은 참사 500일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쁜나라>의 김진열 책임연출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참사의 당사자가 어느 날 ‘나’ 일수도 있음을, 유가족들이 말하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건설’이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한 일임을 관객들이 느낀다면 우리나라가 좀 더 ‘좋은 나라’로 한 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故 최성호 군의 아버지는 “유가족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더 나쁜 나라다. 몹시 더 악랄한 나라다”라며 “우리가 말하는 진상규명은 누가 어떤 편의를 봐줬는지,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세월호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딱 그만큼의 벌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유가족들은 많이 아프다. 집에 가면 힘들다고 차 안에서 주무시는 분도 계시고 한국을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이민가신 분도 계신다”며 “우리가 조금 편해지려면 죄지은 이들이 꼭 그만큼만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김진열 책임연출, '재욱엄마' 홍영미씨, '성호아빠' 최경덕씨,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 go발뉴스(나혜윤)

故 이재욱 군의 어머니도 “‘나쁜’은 나밖에 모른다는 뜻이라고 하더라. 오늘 본 <나쁜나라>는 빙산의 일각이다. 정말 나쁜 나라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못 사실 거다. 저희가 지금까지 겪으면서 느낀 것은 딱 그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지 않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나쁜나라>는 도돌이표 같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 1년 6개월 만에 발생한 돌고래호 전복사고에서 보여준 무능한 재난 대처 능력은 이미 세월호 참사에서 본 익숙한 풍경이다.

“‘자식 죽어 돈 받으니 대박났다’고 하는 사람들, 당신들이 이 자리에 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나섰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울부짖는 <나쁜나라> 속 유가족. 그의 말과 ‘잊혀질까 두렵다’는 생존학생의 호소가 맞물리며 ‘좋은 나라’로 가기 위한 고민을 관객에 던지고 있다.

<나쁜나라>의 배급사 ‘시네마달’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유민아빠의 모습, 특별법 제정 선포 등 시민과 함께 만든 기적 같은 순간들이지만 이 풍경들이 참사 이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세월호는 유가족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며 시민들에 관심을 호소했다.

아름다운재단이 ‘기억 0416 캠페인’ 일환으로 제작비를 지원했고,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제작한 <나쁜나라>는 극장 개봉을 위한 소셜 펀딩 프로젝트를 마친 상태다.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