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질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영화 <암살>을 통해 재조명 받고 있는 약산 김원봉 선생과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의 민족혁명당 활동 내용 등이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사편찬위의 ‘2015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 한국 근대사 영역’에 따르면, 국사편찬위는 “1930년대에 중국에서 활동한 다양한 독립운동 정당을 자세히 다룰 경우 학습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유의하여 되도록 생략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통합)한국독립당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독립당 외에 다른 단체들의 활동은 배제·축소하라는 얘기”라고 <경향>은 전했다.

▲ <이미지출처=SBS 뉴스영상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원봉 선생의 막내 여동생 김학봉 여사는 1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못됐다. 어디서 그렇게 합니까? 정부에서 그럽니까? 참 못된 짓 하려고 생각하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북한에 갔다고, 공산주의자라고 그렇게 생각해서(그러냐)”면서 “자기들이, 친일파들 때문에 올라간 줄 알면서 그렇게 말하면 죄 받는다”며 김원봉 선생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또 과거 해방 후 영웅 대접 받던 김원봉 선생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고 회상하면서 “(오빠가) 서훈 받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훌륭한 사람으로서 동상도 세우고, 서훈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여한이 없겠다”는 소원을 전하기도 했다.

▲ 영화 <암살>에 나오는 약산 김원봉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도 18일 브리핑을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단지 학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교육에서 제외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육과정의 초점을 여러 독립운동의 갈래 중 유독 한국독립당의 활동에 맞추라는 것이나 정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며 근현대사 중에서 독립운동사만 대폭 줄인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시정부의 법통과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외면하고 축소하려는 현 정부의 거듭된 시도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러니 박근혜 정부가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