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이 25분간 일방적으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수준에 그쳐 소통의 자리가 아닌 불통 이미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는 취임 후 세 차례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정작 듣고 싶은 현안에 대한 언급은커녕 기자들의 질문조차 받지 않아 일방적 메시지 통보의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그런가하면 메르스 사태, 국정원 해킹 파문, 박근령 씨의 친일망언 등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이끌어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즉석 질문조차 하지 못했던 기자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광헌 시인(전 한겨레신문 사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는 공익을 대표해 권력자를 만날 수 있는 면접권과 질문권을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사람”이라면서 “청와대 기자는 그 상징이다. 질문하지 못하면 기자랄 수 없다. 타협하지 마라! 공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워 얻어내라”면서 뼈아픈 질타를 쏟아냈다.

CBS <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는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질문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권 선임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하자 청와대 기자단에서 질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질문 예정자들이 많아지자 청와대는 난색을 표했고, 기자단에서도 질문자 수를 조정하지 못하면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

권 선임기자는 “(대국민 담화 발표장에)기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자들은 청와대 직원이거나 공무원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런 질문도 없을 담화 발표에 기자들이 왜 대거 참석했어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들러리를 선데 불과하다. 대통령 담화 발표에 모양새를 갖춰주는 역할만 했다는 얘기”라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일종의 ‘병풍치기’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권 선임기자는 또 취재를 위해 춘추관에 모인 기자들이 노트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고 참석했다는 것도 취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라면서 “기자들은 사전에 담화문 전문을 받았기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담화문 발표장에 참석할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