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야 정개특위위원들은 27일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선거구 획정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는 지난 해 헌재가 현행 인구 편차 3대 1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위헌이라며, 2대1까지 맞추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선관위 소속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정개특위에 늦어도 다음달 13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예정 기일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여야 국회 정개특위 간사.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문헌 간사, 이병석 위원장, 새정치연합 김태년 간사. <사진제공=뉴시스>

‘기준+정수+비례대표 의석 수’ 고차방정식 앞에 둔 여야

선거구 획정 관련 가장 큰 쟁점은 선거구 획정 기준, 국회의원 정수,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둘러싼 논의다.

이러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어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혁신안을 발표해서 벌써부터 찬, 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혁신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비율을 2대1로 맞추는 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하면 지역구 의석이 200석까지 줄고,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질 것으로 보여 지역구 의석은 현행 246석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1로 맞추면 국회의원 정수가 369석으로 크게 늘어난다.

대신 혁신위는 국회의원 의석수가 늘어난 데 따른 국민적 반발을 염두해 국회의원 운영비난 세비는 줄이자는 안을 제시했다.

혁신안은 한 마디로 비례대표 의석만 늘릴 것인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면서 국회의원 정수도 같이 늘릴 것인지가 문제다. 

이 같은 안은 전문적 능력을 갖춘 직능대표 국회의원이 보다 많이 배출될 수 있고, 그동안 소수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던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같은 안에 대해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 정수가 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혁신위안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수 늘리는 것도, 지역구 의석수 줄이는 것도 안 돼”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안과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거나 권역별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고착화된 영‧호남 지역구도와 소선거구제의 결합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게 되면 해당 지역 현역 의원 뿐 아니라 지역구 출마를 위해 기반을 다져온 지역 인사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 기준 관련 새정치연합 정개특위 간사인 김태년 의원이 제시한 ‘시‧군‧구를 구역을 중요시한 인구하한선이 넘는 지자체의 독립선거구화’에 대해서도 “인구가 적은 군들이 제멋대로 합쳐지면서 선거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여야 정개특위는 오늘 논의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논의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온 안들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 할 방침”이라며 “선거구 획정기준, 국회의원 정수,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 방안 등 모두 패키지로 묶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새정치연합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과 자신이 내놓은 이른바 ‘김태년안’에 대해서도 “여야 정개특위에서 논의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든 안”이라며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겠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직능대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 강화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보다는 늘리는 안이 당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