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눈과 귀가 국정원 해킹 사건에 집중된 사이 정부여당이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여권은 지난 22일 당·정·청 회동에서 ‘한국사 역사교과서’ 문제를 의제로 다뤘다. 이 같은 의제는 미리 배포된 회의 자료집에는 포함시키지 않았고, 현장에서 자료를 배포한 뒤 회의가 끝난 뒤에는 다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 국정교과서화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교감 속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지난 해 서울교육대학교 후문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는 근·현대사에서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일제강점기, 4.19혁명, 5.16군사쿠데타와 이어진 군사독재정부에 대한 현 여권의 사관에 맞는 ‘유일한 해석’만 허락하겠다는 의도여서 교육현장과 시민사회, 역사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서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도 연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실에서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발표한 교육부의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한 근현대사 축소를 골자로한 2018년 개정 교육과정도 이 같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육을 정치적 목적에 악용…시민사회·학계 힘 합쳐 들고 일어 날 것”

이와 관련 역사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가 교육과정을 개편하겠다고 작업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에 손을 대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 역사교육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의 핵심은 박 대통령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박정희를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그것과 밀접하게 연동된 게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지금의 검정체제에서 국정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교과서를 개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과서 발행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대해 교육현장에서는 찬성하는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적고, 학부형들도 그렇다”면서 “그러면 정부는 국정화 시도를 접어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할 자신이 없으니 비밀리에 몰래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한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문제를 당정청 회의에서 공식 의제에도 못 올리고 비밀리에 속닥속닥, 공작하듯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자신이 없으면 접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가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를 국정체제로 전환하겠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을 것”이라며 “교육현장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악용하려는 시도에 맞서서 싸울 것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힘을 합쳐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