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 인양 및 특별법 시행령 폐지촉구 집회에서 한 여성이 경찰 병력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인 최장훈씨는 21일 밤 11시 20분경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형사 2명에게 체포됐다. 지난해 8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시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날 휴대전화를 통해 “일방도로교통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체포하러 왔으니 집 앞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두 형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전자 영장)을 통해 영장 발부 사실을 알렸다.

이에 최씨는 “내일 아침에 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가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경찰은 “그렇게 하면 직무유기”라고 답했다. 결국 최씨는 이날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성동경찰서로 이동했다.

성동서 지능팀에 도착한 최씨는 이내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찰은 “담당 경찰관이 제주도로 출장을 가서 조사가 어렵다”며 “내일 아침 다른 형사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장에서 하루밤을 보낸 최씨는 22일 오전 9시에 풀려났다. 다른 형사가 조사하겠다는 경찰의 말도 흐지부지됐다.

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사가 집 앞까지 찾아와 체포를 하는 것은 출석요구서나 형사와의 통화보다 두려움의 체감이 훨씬 컸다”면서 “이는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겁주기식 탄압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출석 요구서를 받은 적도 없었고, 담당 형사에게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다”며 “집으로 돌아와 출석요구서를 확인했지만 세월호 집회와 관련된 출석요구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영장내용에 대해 “대표 혐의는 일반도로교통방해이고, 2013년 12월 민주노총 사무실 수색 저지, 2014년 2월 25일 민주노총 총파업, 2014년 6월 / 8월 세월호 집회 이상 총 네 건의 혐의를 조사받지 않아 2014년 10월 27일 자로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최씨가 이미 두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보낸 소환장을 받은 사실이 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경우 세월호 집회 건으로 소환장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영장청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지난해 일어난 사건에 대한 조사여서 시급하게 체포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경찰은 무리하게 영장 원본도 보여주지 않고 체포를 진행했다”면서 “이는 형사소송법 85조 1항 및 209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또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급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체포영장 원본을 제시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최씨 체포 이후 과정을 보면 시급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