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개식용이 전통문화 일 수는 없다. 동아시아만 유난히 남아 있다. 개식용을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 한국, 베트남이다. 이 세 나라는 한‧중 문화를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고유의 전통이라고 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쟁 통이나 이럴 때(극도로 굶주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 불가피하게 숨겨서 개를 먹었던 것인데 (지금처럼)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자랑스럽게 먹진 않았다.

개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전통문화’라는 논리와 ‘소, 닭, 돼지는 생명 아니냐’고 하는데, 개 이야기 할 때는 개만 이야기해야 한다. 다른 동물 이야기 하는 것은 ‘개식용 반대’의 반대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보양 문화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동남아 가면 다 먹지 않나. 멸종위기 동물인 곰쓸개까지 먹는다. 불법이다. 유난히 한국에서는 보신 문화가 정력과 연결되는 걸로 왜곡 돼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건강에 입각한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한 보신이 아닌 어떤 남성성, 수컷의 정력 형태로 연결이 된다. 실제로 개가 사육되는 환경이나 도살되는 환경에서는 보신을 할 수 없다. 너무 스트레스 덩어리라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결코 아니다. 빨리 바뀌어야 될 악습이다.

Q. 카라가 그동안 활동하면서 복날마다 겪어온 아픔이 있을 것 같다.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야산 같은 데 돌아다니는 개를 어떤 주민이 불쌍해서 꾸준히 보살피고 있었다. 최근에 이 개의 목줄이 살을 파고 들어가 피고름이 잡힌다고 해서 구조를 했더니 일반적인 개 목줄이 아니고 올가미였다.

목 졸라 죽임을 당하려는 순간에 개가 탈출을 한 것이다. 이런 개는 구출 되고나서도 사람 눈을 똑바로 못 쳐다본다. 사람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조하면, 그 후에 이 아이의 입양처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구조 한 다음에 해피한 나날이 펼쳐지는 게 아니다. 또 공동주택이 주거 문화의 대세이기 때문에 중‧대형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적고, 그 다음에 마당 있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기껏해야 사설보호소에서 죽을 때까지 보호해주는 것인데, 극도의 공포를 경험한 아이는 사설보호소에서 다른 개들과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다.

한국에는 굉장히 많은 사설보호소가 있는데, 이 사설보호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개농장에 있던 개들을 구조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입양을 보낼 수 없다. 결국은 개식용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Q. 동물을 통해 인간의 잔혹성을 더 자주, 더 많이 접했을 것 같다.

그렇다. 잔인한 동물학대를 매일 접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끝이 없다. 누군가 그런 이야길 하지 않았나? 잔인함의 끝은 없다고…. 그 잔인함이 나날이 발전한다. 카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나 또라이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 우리의 생각과 문화가 만들어 낸 어떤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가장 대표적인 게 동물은 인간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런 분들을 설득하면서 데리고 갈 문제라 절망하진 않는다. 길고양이 학대도 너무 많아서 온갖 학대 제보를 받는데 상상을 넘어선다. 담뱃불로 고양이 눈을 지지는 것부터, 고양이 몸에 끈끈이를 붙여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은 것 등등.

Q. 성남 모란시장 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동물권 침해 사례들이 있나.

대표적으로 돼지, 닭 만해도 암퇘지 같은 경우는 스톨(stoll)이라는 감금 틀에 갇혀 살다 6개월 만에 도축된다. 유럽에서는 이 스톨이 금지됐다.

스톨 안에서는 돼지가 몸을 돌릴 수 없다. 돼지 한 마리가 들어갈 수 있는 60센티 폭의 공간에서 주는 사료 받아먹고, 앉았다 섰다 그것만 반복할 수 있다. 동물 행동권 박탈이다. 세계적으로는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돈사가 스톨 사육을 하고 있다.

▲ 스톨에서 사육되는 돼지들. <이미제 제공 = 카라 홈페이지>

닭은 배터리케이지(Battery cage)라고 하는데, 여기에 A4 한 장짜리 공간이다. 여기에 닭 세 마리를 그야말로 구겨 넣어 길러진다. 이 닭들은 태어난 지 41일 만에 잡는다. 이 또한 동물학대로 유럽에서는 금지 돼 있다.

복지축산 달걀이라고 TV에서 선전할 때 배터리 케이지가 배경화면으로 지나갈 때 있다. 배터리케이지 사육은 동물 학대인데 그 닭이 낳은 계란은 복지계란이라니 완전히 모순이다. 복지축산이라고 볼 수 없다. 닭과 돼지는 많이 소비하는데 소비자가 모르는 내용 중 하나다.

▲ 베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 <이미지 제공 = 카라>

그렇게 갇혀서 사니까 동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항생제를 같이 주입하는 데 내성이 생겨서 인간의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으니까 조류독감, 구제역이 발생하는 것이다. 밀집된 환경에서 동물들이 사육되다 보니 한 마리가 아프면 전체 동물로 확대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다.

Q. 한국은 극단적인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개,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도 나의 가족으로 인식하고, 길고양이 밥까지 챙기는 부류들이 있으면, 또 그 옆에서는 그 길고양이 밥을 발길로 걷어차고, 고양이를 양파 망에 달아서 판매한다. 또 파충류를 키우는 사람들은 먹잇감으로 유기견과 유기고양이들을 입양한다고 한다. 이런 극단적 양면성을 현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체험했을 것 같다.

지금 말한 것은 현실적으로 다 일어나는 일들이다. 다 이해되는 일들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것은 양면이라기보다는 동물에 대한 관계가 굉장히 모순적이면서 다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너무나 고도의 육식문화와 개식용 문화가 중첩되면서 다른 사회보다 훨씬 더 다층성이 깊어졌다고 본다.

언급했다시피 고양이에 대해서 캣맘 형태로 케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독극물 놓아서 죽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근데 또 그 사이에는 공존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까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길고양이 케어 하는 분들이 또 농장동물에까지 시야를 넓히는 건 또 아닐 수 있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해서 같은 마음이 아닐 수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까지 시야를 확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분절되어 있는데, 내가 경험한 측면을 중심으로 부각시키면서 나머지 동물들과의 연관성을 분쇄시키고 있다. 그것을 오피니언 리더들도 연결한 관점에서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

Q. 문제는 사랑이든 공존이든 일단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꼭 알아야 할 동물권에 대해 알려 달라.

일단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척추동물이 많다. 포유류 척추동물들. 그런데 물고기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2009년 유럽연합에서는 지각력 있는 존재로 선언했다. 물론 사람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독일 같은 경우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재산의 존재로 본다.

우리가 가장 먼저 털어야 할 것은 동물이라는 게 움직일 동(動)자다.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소리다. 인간이 동물의 한 범주다. 동물의 범주에서 인간만 홀로 떨어져 나와서 동물과 다르다는 착각 그리고 코끼리부터 개미까지 다 동물로 구겨 넣는 폭력을 인간이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사람이 노력해야 할 부분 중에서 일상에서 작은 관심만 기울이면 실천 가능한 것 있으면 알려 달라.

첫 번째는 복날에 영양과잉이 아닌 정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여름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사찰음식처럼…채소로 끓인 장국을 먹는 것. 한번만 생각해서 복날의 문제를 바꾸자. 현행법만 잘 지켜도 개 도축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개는 식용고기로 유통되면 안된다.

두 번째, 반려 동물 쪽으로는 어떤 형태로든지 동물을 돈을 주고 사지 말아야 한다. 동물을 정말로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다면 맞이할 준비를 모두 갖추고, 동물보호 단체를 통해서 유기동물을 입양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