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지난 4일 저녁 서울시에서 발표한 메르스 관련 브리핑에 대한 보건복지부 입장 및 의료기관 내 접촉자 관련 조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의료기관명을 공개 하겠다”며 “지난 5월 15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는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30명)가 가장 많이 발생한 병원이다.

하지만 문 장관은 평택성모병원을 제외한 다른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불합리한 공포심만 조성해 메르스 치료에 나선 병원만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비공개를 고집했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셈이다.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초기 대응과 메르스 환자 관리에 실패한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원명과 발병 지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이를 쉬쉬하며 비밀리에 부쳐 오히려 공포감을 확산시켰다”고 비난했다. 또 “감염환자가 앞으로 더 속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발병 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메르스 대응 범정부 종합대책기구 구성을 촉구 하고 있다.<사진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행동하는 의사회의 임서경 이사는 “메르스 병원명은 의료인과 국민의 알 권리”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병원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해당 병원에서 어떤 조치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이를 무조건 숨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정형준 정책국장도 “이미 인터넷과 SNS에 메르스 발병 병원명이 퍼진 상황에서 정부가 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병원명’ 공개 요구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2.6%가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한다”고 답했다. “비공개로 해야한다”는 의견은 13.4%에 그쳤다.

정치권에도 병원명 공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메르스 발병 지역과 의료기관 등에 대해 투명한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네티즌 “전 국민이 다 아는데 복지부만 몰라”

그러나 메르스 확산에 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문 장관은 “이번 조치는 평택성모병원으로 인해 확산되는 메르스를 차단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명 공개를 외면하던 복지부의 태도는 하루 아침에 돌변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불만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모든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더니 이제서야 조치 취하는 정부,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seo***), “메르스 진원지가 평택성모병원이라고 유독 강조한 이유, 삼성 병원 지키자고 한 짓?”(@miny***), “뒷북도 참 한 참 뒷북질”(@moon***), “박근혜 정부는 지금 메르스 조치를 잘 한거라고 생각한걸까?”(@bul***)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