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의 명칭과 관련해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를 딴 봉은사역은 서울지하철 9호선 '929 정거장'의 역명으로 오는 28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연합이 서울시에 명칭 변경을 요구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개신교 단체들이 역명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봉은사역은 서울시가 주민선호도 조사와 구 지명위원회, 시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확정고시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이 봉은사의 역명이 제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종교편향을 불러 온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혼란과 불편을 막기 위해 임시적으로 봉은사역을 929정거장으로 명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양대 김상호 연구교수도 최근 서울시에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을 ‘삼성코엑스역’으로 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역명의 변경은 ‘지하철 역명 제・개정절차 및 기준’에 따라 역명으로 사용되던 목적물의 소멸 등 개정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 엄격히 제한해 허용하고 있다”며 “봉은사역을 개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 추진은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토론회’를 열고 서울시민을 상대로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의 역명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교신자라 서울시를 불교에 받치냐”면서 박 시장을 향한 비난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 28일 개통을 앞둔 봉은사역 명칭과 관련해 개신교 신자들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쳐.

▲ 트위터 화면 캡쳐.

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박 시장을 향해 “개인적인 신앙이 공적 영역에까지 미친다거나 종교편향성을 낳는다면, 이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트위터 화면 캡쳐.

‘종교전쟁’을 방불케 하는 개신교 단체들의 ‘봉은사역명 철폐’ 움직임에 네티즌들은 오히려 “개신교가 사회갈등을 조장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봉은사는 한국 문화의 일부고, 코엑스는 사유재산인데, 논리로 따지면 봉은사지 무슨 코엑스냐”, “사랑의 교회에 연결된 통로나 보고 얘기하라! 아예 지하철 출구 하나를 사랑의 교회가 쓰면서 무슨…”, “불기 2559년, 오늘은 석가탄신일인데, 이거 무슨 개신교의 종교이기주의, 배타주의냐!”, “이러니 개독 소릴 듣는 거다. 순수하게 성경 말씀 좀 새겨들어라!” 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하는 김에 10원 동전의 다보탑 도안도 바꾸고, 원각사 10층석탑돠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등 불탑 불상들도 전부 국보에서 요구하시지들”이라고 비판했다.

▲ 개신교단체의 봉은사역 명칭 변경요구와 관련한 역사학자 전우용씨 트위터. 이미지 ; 전우용씨 트위터 화면 캡쳐.

한편, 25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가 종로구청과 경찰서에 불교연등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종교 이기주의 끝판왕”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