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김모씨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등에 그린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벽화. 그림 속 박 전 대통령은 닮의 부리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림 하단에는 'PAPA CHICKEN(아빠닭)'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미지출처=트위터)

대학생 김모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초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와 대구 지하철 반월당역 인근 등 5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한 길거리 벽화를 그렸다. 정부의 표현 자유 억압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였다.

김씨의 벽화는 하루 만에 모두 지워졌지만, 공공조형물을 관리하는 대구중구청은 김씨가 박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를 불러 조사한 후 공공조형물 대한 재물손괴 혐의로 대구지검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피해 건물주가 아닌 세입자 등 제3자에게 고소장을 대신 받았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15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경찰이 해당 건물에 입주한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찾아가 김씨를 재물손괴로 기소해야한다며 고소장을 받았었다”고 밝혔다.

한 사무처장은 “정상적인 절차라면 재물손괴 된 건물주가 고소를 하는 게 맞는데 경찰이 자발적으로 이를 대신했다”며 “정식재판 청구 후에는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자 결국 건물주들의 고소장을 다시 받아왔다”고 말했다.

재물손괴죄라던 경찰.. 질문은 정치적 의도?

조사과정에서도 경찰은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김씨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정치적 의도만 물어봤다. 재물손괴와 관련된 질문은 거의 없었다”며 “왜 대구에서 그런 그림을 그렸냐, 자리를 미리 봐놓고 했는지 등의 질문만 했다”고 전했다.

정부 비판에 대한 검경의 과잉 대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8일 시민활동가 박성수씨는 정권 비판 전단지 관련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중 “멍멍”하고 외쳤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현행법으로 체포됐다.

이후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박씨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들에게 붙잡혀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한편, 대구지법은 김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도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에 대구지역문화단체들은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한 사무처장은 “대구 지역에 수많은 그래피티 그림들이 그렸지만 단 한 번도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 그림만 특정해 기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