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 측이 ‘성완종 리스트’ 직후부터 2013년 재선거 캠프 관계자들 10여명에게 조직적인 회유와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증거인멸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1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지검장)은 이 전 총리 측이 고 성완종 전 회장이 방문한 날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대다수에게 말을 맞추기 위해 광범위하게 접촉한 사실을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및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방문한 지난 2013년 4월4일 이완구 후보 부여 캠프 사무실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과 당시의 상황을 거의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총리 측 김모 비서관(5급)이 지난달 초부터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1일까지 캠프 관계자들 총 10여명을 수시로 접촉한 사실을 밝혀냈다.

<노컷>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미 알려진 전직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 H씨, 캠프 실무 직원들 외에도 전직 도의원 등 다수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같은 목격자 접촉 시도는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1일까지도 계속됐다.

▲ ⓒ 페이스북(이완구)

특히 검찰은 당일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중 전직 도의원 홍모씨와 유모씨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에 “성 전 회장을 못봤다”고 주장해 이 전 총리 측에 힘을 실었지만, 실제 당일 캠프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과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전직 도의원들이 4월4일 캠프사무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의 진술과 통신조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캠프 사무실을 방문하자 인사를 나누고 중앙 테이블에 둘러앉아 상당한 시간동안 얘기를 나눴으며, 성 전 회장과 이 후보가 독대하러 가는 것까지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운전기사는 “성 전 회장의 비서를 만나 ‘회장님’이라는 호칭과 관련된 담소를 나눴다”고 검찰에 진술했으며 자원봉사자 H씨도 “성 전 회장의 얼굴을 알아봤고, 인사까지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일보> 모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찾아와 이 총리와 독대하고 있다고 들었다”는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을 직접 독대했던 전직 도의원들은 “못 봤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은 이 전 총리 측의 회유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컷>은 이들이 이 전 총리 측의 회유로 ‘성완종 전 회장을 못 봤다’고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면 이는 금품수수 혐의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컷> 성 전 회장이 사무실에 갔었고, 이 전 총리와 만난 사실이 증명된다면 이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목격자들을 회유해 혐의를 덮으려 했다는 증거인멸 시도가 확인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은 ‘go발뉴스’에 “(우리도) 언론 보도를 접해서 들었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 담당자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MBC>에 따르면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15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소환 날짜는 이 전 총리와 조율해 결정했으며 이 전 총리 측도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