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 교수

<한겨레>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 중인 후쿠야마 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한국처럼 스스로를 의회 정치와 동떨어진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가’라는 질문에 “위험한 경향”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에서, 특히 공화당 정치인들이 ‘워싱턴은 끔찍하다. 난 워싱턴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정치인이 아닌 척하는 건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며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므로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경우) 그 권한이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얻은 권력만큼 정치적 책임도 더 크다는 얘기다.

후쿠야마 교수의 지적처럼 박 대통령은 주요 현안마다 매번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안의 4월 국회 처리 불발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권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야당 등 반대파를 설득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성공하는 대통령들은 반대파까지도 잘 설득해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그것이 좋은 정치”라고 말했다.

한편, 아베 신조의 미국 의회 연설에 대해서는 “어떤 미국인도 20세기에 대한 아베식 역사 수정주의적 시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아베의 인식에 대해) 뭔가 말하라고 했을 것이지만, 중국에 ‘미일 동맹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긴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