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성 자기 결정원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62년만에 간통죄를 폐지한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성매매 관련자 처벌을 규정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의 핵심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을 연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헌재는 9일 성매매 특별법 제21조 제1항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는 규정에 대해 공개변론을 사상 최초로 가진다.

지난 2004년 3월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은 지금까지 총 6차례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됐지만 모두 공개 변론 없이 심리가 진행됐다.

또 성매매 장소 제공과 성매매 알선 영업 행위 처벌 조항에 대한 청구들은 각하되거나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며 양벌 규정 조항만 위헌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직접 청구인으로 나서 성을 판 사람과 성을 산 사람을 모두를 처벌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앞서 2012년 7월 서울 전농동에서 13만원을 받고 자신의 성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매매가 아니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국가가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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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크게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 여부’와 ‘법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이다.

특히 이중 성매매 행위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성매매는 여성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김 씨와 같은 반면 성매매 종사자들과 일부 법조인 등은 “자발적 성매매까지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헌재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며 62년만에 간통죄를 폐지해 이번 판결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이날 공개 변론에는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성매매 여성 측 참고인으로 나올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전 서장은 2000년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하며 이른바 ‘미아리 포청천’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퇴임 뒤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성을 주장해 왔다.

김 전 서장은 지난달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성매매는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창촌 현장을 보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며 “집창촌은 합법화해 생계형 성매매 여성은 보호하고, 고급 룸살롱 등 비생계형 성매매 여성은 단속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