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정페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뜨거운 가운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코리아의 인턴 채용공고가 입방아에 올랐다. 까다로운 자격요건에 비해 급여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최근 취업정보 사이트에 인턴십 프로그램 채용 공고를 올렸다.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휴학생이거나 기졸업자로 패션·마케팅·회계 전공자다. 컴퓨터 활용에 능숙해야 하고 영어소통도 원활해야 한다. 자격 요건을 충족할 경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에르메스코리아 본사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깐깐한 지원 요건과 달리 급여는 무급이다. 에르메스코리아는 대신 식대로 월 30만원이 지급한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한 달 기준인 116만 6220원(5210원 기준·주 40시간·209시간 기준)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열정페이’가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 에르메스코리아가 최근 취업정보사이트에 올린 인턴십 프로그램 공고.

인턴에 대한 교육 목적 채용이 명확하기에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턴은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에르메스코리아의 무급인턴은 불법이 아닌 ‘합법’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급인턴이 법적으로 합법적일지 모르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례상 피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 C사의 한 관계자는 30일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기업의 경우 브랜드 이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최저 임금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이번 에르메스코리아의 무급 인턴은 같은 업종 관계자로서 매우 당황스럽다.부끄러운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해외 패션 브랜드 관계자도 “한국에 있는 외국 회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일로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 외국에 있는 본사에 보고될 경우 해당 지사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련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인턴과 근로자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을 현재 검토 중이다. 판례나 행정지도 전례도 없어 기준 마련이 더욱 힘든 노릇이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무급인턴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불합리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이 주요 대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턴ㆍ견습생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반기내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