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6일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에서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한국인 30여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나이반도 동북부의 관광지인 타바 인근에서 성지 순례를 온 한국인32명이 탑승한 관광버스가 폭발했다. 이 폭발로 한국인 3명을 포함한 5명이 숨졌으며, 중상자 6명을 포함해 20여명이 부상해 인근 샤름 엘셰이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인 사망자를 제외한 2명은 이집트인으로 운전자와 자폭 테러범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는 이집트 출국 신고 카드를 작성하기 위해 정차한 버스 문이 열려있는 사이 20대 남성이 폭탄을 안고 버스에 올라 갖고 있던 폭탄을 터뜨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버스 앞쪽에 탑승해 있던 한국인 가이드 김진규 씨와 관광업체 사장 제진수 씨, 이집트인 운전자가 사망했고, 성지 순례단원 김홍열 씨는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했다.

이들 대부분은 성지 순례를 온 한국인들로 충북 진천의 ‘진천중앙교회’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날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외교부는 나머지 무사한 한국인 17명에 대해서는 “가능한 빨리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되도록 조기에 귀국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알자지라

이집트 현지 언론 <알아흐람>은 이번 공격이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희생된 최초의 테러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타바 시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지역으로 평소에도 외국인 납치와 테러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2월에는 성지순례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 3명이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치안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여행 자제’에서 에서 3단계 ‘여행제한’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시나이반도를 찾는 한국 성지순례객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시나이 반도가 기독교적 의미가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모세가 하나님에게서 ‘십계’를 받은 시나이산이 위치해 있고, 시나이산을 지나 이스라엘로 향하면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한 출애굽의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17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 타바 국경부근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탑승 관광버스에 대한 폭탄 테러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규탄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사고 직후 피해자 후송 및 치료를 위해 이집트와 이스라엘측이 보여준 신속한 조치를 평가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와 원인이 조속히 규명될 수 있도록 이집트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