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의 안일한 행정으로 국가대표 이용대와 김기정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힘들게 됐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용대와 김기정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를 당한 것은 100%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난해 3월과 11월, 협회의 보고상 선수들의 당시 소재지로 등록돼 있던 태릉선수촌을 방문했을 때 이용대와 김기정은 없었다. 3월에는 소속 팀 삼성전기에서 훈련하고 있었고, 11월에는 전주에서 열린 그랑프리골드 대회에 출전중이었기 때문이다. 협회가 미리 WADA에 보고했던 바와 소재지가 달라 선수들은 불시 검사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자격정지 1년을 당하게 된 결정적인 일은 그 사이 9월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협회는 WADA가 만든 입력 프로그램을 통해 각 분기별로 선수의 일정과 소재 정보를 보고했는데 이때 협회가 마감기한을 맞추지 못해 WADA로부터 경고를 받으면서 ‘불이행’으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보통 3달에 한 번씩 선수들 정보를 입력한다. 다만 변화가 생기면 매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일정이 바뀔 때마다 재입력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협회가 9월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WADA는 ‘위반’으로 처리했지만 협회는 아직 ‘2아웃’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이 같은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지난 13일 덴마크에서 열린 청문회에 선수와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해명했지만 WADA는 “있겠다고 한 날짜와 장소에 선수가 없었다는 사실은 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해명자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SBS'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WADA의 일방적 결정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29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 정보를 일일 보고를 통해 도핑 관련해서 WADA에다가 통보를 해주어야 하는데 저희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전부 사생활이 있고, 큰 대회나  훈련하는 장소가 있을 경우에는 1주일 단위로 통보해줄 수 있는데 훈련이 없는 상황에서 소재지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무는 이어 “훈련 장소나 시합 장소가 하루 정도 겹칠 때 둘 중 한 곳이 분명해야 하는데 시합이 하루가 더 넘어갈 수도 있고 그 전에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 있다”며 “WADA에서 자기들이 판단했을 때는 이 선수가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선수촌에 없느냐는 식으로 생각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또한 규정 자체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지 않았던 드러났다. 김 전무는 지난해 9월 입력 기한을 넘긴 것에 대해서 “선수들 소재지를 입력 해야 하는데 WADA가 정해놓은 그 기간 내에 입력이 안 됐다”며 “기간이 지난 며칠 뒤에 입력을 했는데 WADA가 이것도 규정 위반으로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방문해서 소재지에 부재가 되었을 경우에만 위반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이어 “협회에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두 선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게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용대와 김기정은 협회 측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티즌들은 “국가대표도 관리 못 해주는 협회의 존재 이유는?”(@jat****), “끝까지 변명에 변명만 거듭하는 수준. 이제 훈련도 못하는데 무슨 말장난만 하고 있어” (@the****), “참 대단한 마인드다. 자기들은 괜찮다. 선수는 모르겠다. 이런 마인드”(‏@bou****), “선수들한테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리저리 말 돌리면서 변명하기 바쁘네”(@Bri****) ‏“무능은 민폐로 이어지고 민폐가 심하면 죄가 된다. 협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처리를 오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누락했고, 덕분에 이용대는 영문도 모른채 날벼락을 맞게 된 거다”(@xdo****)라는 반응을 보이며 협회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