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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해법을 위한 제안세대 갈라치기, 노동혐오로 만들어질 복지국가는 없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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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03  08:24:06
수정 2024.02.03  08: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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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자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개혁신당이 총선 공약으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를 들고 나오자, 대한노인회가 반발하는 등 논쟁이 뜨겁다. 여권 내 볼썽사나운 권력투쟁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을 때 교통정책 공론화를 시도한 일은 반가운 일이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라디오 공개토론도 성사됐지만 각 주장만 나열할 뿐 논리의 모순점을 비판하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의 주장은 1984년 만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요금 면제 제도가 도입된 당시보다 급격하게 높아진 노인 비율로 지하철 적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모든 노인에게 월 1만 원의 교통바우처를 제안하면서 오히려 노인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 무임승차가 가장 많은 역이 “경마장역”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로 토론을 마무리했는데, 이 대표의 모순은 정책목표와 프레임의 불일치에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교통바우처 예산은 노인인구 비율만큼 계속 늘어날 텐데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비용전가 아닌가? 노인 이동권을 보편복지로 규정하고 국비를 지원하자는 제안은 긍정적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고 볼 일이다.

대도시 역세권 노인들에게 더 큰 혜택이 있어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무임승차 폐지’와 연결되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 중소도시를 이어주는 광역철도 무임폐지로 이어져 지역 불평등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 1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주제로 토론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미지 출처=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캡처>

운임만으로 도시철도 운영비 회수하는 나라는 없다

한편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하철 적자 원인은 방만한 경영과 낮은 요금 때문이라며 ‘높은 인건비와 노조 파업’을 지목했다. 개혁신당을 향해서는 ‘있는 복지도 없애려는 정당을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세월 가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진리에 기초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 질병과 실직, 노후대책을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사회연대로 극복해 가자는 것이 복지국가 이념이라고 할 때, 세대 갈라치기나 노동조합 혐오로 만들어질 복지국가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운임만으로 도시철도 운영비용을 회수하는 경우는 없다. 국영, 시영, 민영인가를 불문하고 운임 외 다른 수입 즉 정부 보조금이나 고속철도와 같은 수익노선의 교차보조로 운영 적자를 벌충한다. 일본 사철이 자신 소유 철로 주변에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여 부대수익을 창출한 예외가 있으나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을 뿐이다.

따라서 김 회장의 토로처럼 지하철 적자를 ‘툭하면 노인 탓’을 해서도 안 되거니와 ‘툭하면 노조 탓’도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소득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는 것)이 강한 교통요금을 현실화한다면 불평등 심화에 따른 또 다른 비용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운임만으로 계상할 수 없는 사회적 편익 때문이다. 특히 고에너지 비용과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 철도로의 모달시프트(Modal Shift, 기존에 이용하던 운송수단을 더 효율성 높은 운송수단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전환교통체계’라고도 함)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과제다. 유럽이 ‘누구나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 것’을 권리로 규정하고 무상교통을 확대하는 이유이다.

노인과 철도노동자, 복지예산 삭감 막을 우군

대한노인회에서 해법으로 제시한 공공서비스 의무보상 제도(PSO)는 2002년 시작된 철도노동조합의 민영화 저지 투쟁 과정에서 입법됐고 지하철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다. 산업역군이었던 노인과 예비 노인인 철도노동자들은 서로를 적자 주범으로 탓할 관계가 아니라 부자 감세와 복지예산 삭감을 막아내야 할 우군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번 외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하철을 건설했고 그 대가로 노인 무임승차가 실시되었다는 주장 역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파독노동자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은 동양의 가난한 나라 이주노동자를 보호한 독일노동조합의 역할이다.

오마이뉴스 <파독 광부·간호사에 대해 잘못 알았던 사실>(2020년 12월 1일 박서윤·안치용 기자) 보도에 따르면 복지제도를 만들어 온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경험한 파독 광부 대표 유계천은 ‘귀국 후 일터 주선과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등 6개 사항을 박정희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60년대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섰던 북한이 평양 지하철을 착공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서울지하철 건설비용을 요청했고, 4% 금리와 일본 기업의 차량과 부품을 쓰는 조건으로 8,000만 달러를 빌려왔다. 객차 납품단가는 도쿄 지하철 1량당 3,500만엔보다 비싼 6,500만 엔으로 전범 기업들은 폭리를 취했고 한국 관리들에게는 뇌물이 전해졌다고 JTBC 탐사보도팀이 보도했다. 지하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서울지하철 1호선을 개통한 것은 북한보다 1년 늦은 1974년 광복절이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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