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지난 3월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지만 정부는 이들에게도 ‘제3자 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판결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발표한 강제징용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오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유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각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3자 변제 해법은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 방문을 앞두고 15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 시작 전부터 한국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방법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가 미미한 상황으로 재단이 마련한 기금은 41억원에 그쳤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재단에 접수된 기부 건수는 포스코를 포함해 11건으로 합산 금액은 41억 1400만 원이었다. 

일본 기업은 없으며 한국 기업은 포스코(40억원), 오토스윙(2000만원) 등 2곳만 참여했다. 이외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서울대 총동창회, 서울대 일본 총동창회와 개인들이 기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5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3자 변제안’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이같은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밑 빠진 독에 물도 못 붓는 강제동원 피해 3자 변제안, 대체 누굴 위한 배상책인가”라고 비판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과 피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만 좋은 3자 변제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피해국가가 자기 살을 깎아 가해국가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다는 기괴한 발상의 3자 변제안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실제로 지금까지 기부금은 약 41억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40억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포스코가 약속했던 기부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즉, 지난 10개월 간 모인 기부금은 겨우 1억여 원인 것”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자의 상실을 절대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에 들이 부을 물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에게 직접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