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9.19 군사합의’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감사원의 감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의 ‘9.19 효력정지’ 공세에 감사원이 자기 본분을 벗어나 지원사격을 위해 거들겠다고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간의 합의마저 감사 대상으로 삼는다면 도대체 어느 정부가 남북대화에 나서고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냐”며 “감사원은 남북 간에 대화나 협상은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작정인가. 감사원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헌법 66조마저 부정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모든 결정과 정책을 전부 다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감사원은 전 정부 5년의 국정과 정책을 전부 들춰내서 없는 잘못도 만들어내겠다는 광기의 칼춤을 추려고 하느냐”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을 향해 “정치 탄압기관으로 전락한 감사원은 광기의 칼춤을 멈추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라”며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정치감사, 표적감사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SNS를 통해 “감사원이 ‘공익 감사 청구’를 핑계 삼아 들여다보려는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합의 사항”이라며 “이미 공개된 합의 내용 이외의 것들은 누가 보더라도 엄연히 국가 기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대가 있는 국가 간 협상은 최종 결과물이 도출되기 전까지는 수없이 많은 쟁점이 있고, 그 모든 쟁점마다 우리 이익을 100% 관철할 수는 없다. 때로 다른 것을 얻기 위해 하나를 내주기도 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며 “그런데 대체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감사하여 지적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그런 식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협상도 공익 감사 청구만 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입니까? 멀리 갈 것도 없다. 굴욕적이었던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공동성명’도 감사를 해야지요”라고 되받았다.

그는 “민주당이 밉다고, 전임 정부를 괴롭히고 싶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과거, 총풍 사건 등 남북 관계를 정치의 도구로 활용했던 이들이 어떤 결과를 마주했는지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이후, 정신 차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며 “평화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9.19군사합의는 민주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평화를 위한 합의였다”고 거듭 강조했다.